엠마뉘엘 카레르의 <적>이라는 소설 역시 처자식을 살해한남자의 이야기다. 다만 《미소 짓는 사람>의 주인공인 니토 도시미가 가상인물인 데 반해, 《적》의 주인공 장클로드 로망은실존인물로 지금도 생존해 있으며, 22년의 형을 마치고 얼마전 만기 출소했다. 《적》은 1990년대 중반 프랑스를 떠들썩하게했던 살인자 로망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실화소설이다. 무직이었던 로망은 무려 18년간이나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근무하는 의사 행세를 하며 친지들로부터 거금을 빌려 생활하다가거짓말이 들통나는 순간 부모와 처자식을 살해했다. 그는 평생거짓말을 하며 살았다. 작은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아·눈덩이처럼 늘어났다. 평생 갈고닦은 거짓말이 들통났을 때,
로망이 선택한 방법은 자신에게 속아온 가족들을 죽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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