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믹스커피 원앤원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역사는 이미 지나간 사실을 기록한 것이니,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는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더 기묘한 한국사』를 읽다 보니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역사 뒤에도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가 참 많이 숨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각 장마다 시대도, 인물도, 사건도 달라 처음에는 이 책을 어떻게 하나의 이야기로 정리해야 할지 조금 막막했다. 하지만 읽다 보니 모든 이야기를 하나하나 정리할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여러 이야기 가운데 유독 오래 머물게 되는 이야기가 있었고, 그 이유를 생각해 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였다.
1장 「왕과 영웅의 숨겨진 얼굴」에서 특히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는 「가마쿠라 대불 뒤에 숨겨진 조선 왕실의 눈물」과 「네 손가락의 신화와 적장을 울린 장부의 미소」였다.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보였지만 두 이야기를 읽으며 공통적으로 눈에 들어왔던 것은 일제와 얽혀 있는 우리의 역사였다.
특히 「가마쿠라 대불 뒤에 숨겨진 조선 왕실의 눈물」을 읽으며 마음 한편이 씁쓸해졌다. 왕실의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조선 왕실의 사당이 일본 은행의 담보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전혀 알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왕실의 사당이라는 공간이 지닌 의미를 생각하면, 그것이 일본 은행의 담보가 되어야 했다는 사실 자체가 무척 안타깝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이런 이야기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일본의 가마쿠라 대불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뜻밖이었다. 가마쿠라 대불이라는 익숙한 문화유산 뒤에 우리 역사의 한 장면이 숨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어 「네 손가락의 신화와 적장을 울린 장부의 미소」에서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안중근 의사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독립운동가, 단지동맹으로 손가락을 자른 인물이라는 역사적 사실은 익숙했지만, 이 이야기를 읽으며 그동안 알고 있던 ‘독립운동가 안중근’이라는 모습 너머의 한 사람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특히 마음에 남았던 것은 사형수 안중근과 일본인 간수 도시치의 일화였다. 서로 적국의 독립운동가와 그를 감시하는 간수로 만났지만, 안중근의 의연한 태도와 인품은 국적과 입장을 넘어 상대의 마음까지 움직였다. ‘적장을 울린 장부의 미소’라는 제목이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한 사람의 됨됨이를 보여주는 말처럼 다가왔다.
앞서 읽은 가마쿠라 대불 이야기가 일제와 얽힌 조선 왕실의 현실을 통해 씁쓸함을 남겼다면,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는 같은 시대의 역사 속에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했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서로 다른 두 이야기가 결국 일제라는 아픈 역사 속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역사적 인물에게도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가 남아 있다는 사실이 이 책의 제목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했다.
역사는 교과서 속의 커다란 사건으로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예상하지 못했던 장소와 사람, 사물 속에도 흔적을 남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연도와 사건으로 기억했던 역사를 사람의 이야기로 만나게 되니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아마도 이것이 내가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은 이유인 것 같다.




거대한 역사적 사건만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 뒤편에 가려져 있던 인물과 사건을 하나씩 들여다보는 것.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역사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것.
『더 기묘한 한국사』는 역사를 다시 공부한다는 느낌보다 역사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하나씩 찾아가는 책에 가까웠다.
그래서 한국사가 어렵거나 딱딱하게 느껴지는 사람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좋다. 궁금한 제목 하나를 골라 펼쳐 읽다 보면 어느새 그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어쩌면 드러난 이야기보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이야기가 더 많은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