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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별님의 서재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은 내게 한결같이 "너희들의 시대는 어떠한가?"라고 물었다.
그 시대의 천재 이가환은 물었다.
"너희들의 시대는 단지 반대당파에 속한다는 이유로 천재를 죽이지는 않는가?"
이승훈은 물었다.
"너희들의 시대는 주류와 다른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죽이고, 열린 사회를 지향하는 것을 국가에 대한 반역으로 몰지는 않는가?"
정조는 이렇게 물었다.
"너희들의 시대에도 나처럼 부친을 죽인 적당賊黨과 타협하며 미래를 지향했던 정치가가 있는가?"
정약전은 물었다.
"너희들의 시대에도 불의한 세상에 대한 절망을 민중과 자연에대한 사랑으로 승화시킨 사람이 있는가?"
그리고 정약용은 물었다.
"너희들의 시대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를 죽이지는 않는가?"
이런 질문들은 나를 괴롭게 했다. 그래서 일부러 며칠씩 그런 질문을 외면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며칠은 더욱 괴로웠다. 그들의질문을 외면하는 것은 도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그들과 대면해야 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시대는 이들과 대면해야 한다. 그것이 아무리 고통스럽다 해도 그 질문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출구가 없어 보이는 이 시대는 정약용과 그 형제들이 살아갔던 시대와 만남으로써 새로운 문을 항해 나갈 수 있으리라고 믿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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