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나긴 황금빛 하루 동안 나는 완벽하게 행복했기 때문에 여기서 한 걸음만더 나아가도 그 행복감은 줄어들 것이 분명했다. 한낮의 뜨거운 공기가부드럽게 식어가듯 차분한 마음으로 익숙한 가로수 길을 따라 부대로 돌아가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았다. 더 이상 욕심 부리지 말고 그저 감사하는마음으로 모든 것을 되새겨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일찌감치 작별을 고했다. 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이 다정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았고, 어둑어둑해지는 들판과 검은 안개 위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는 바람은 나에게 노래를 들려주는 것 같았다. 나는 순수한 열정에 사로잡혔다.
이 세상과 모든 사람들이 선량하고 감동적으로 느껴졌고, 나무 한 그루한 그루마다 껴안아주고 사랑하는 사람을 어루만지듯이 쓰다듬어주고 싶었다. 아무 집에나 들어가서 이처럼 혼자 담고 있기에는 가슴 벅찬 이야기들을 집주인에게 털어놓고 싶었다. 내 감정을 알리고, 표출하고, 아낌없이 쏟아내고 싶었다. 이 벅차오르는 감정을 빨리 나눠주고 소진해버리고 싶었다- P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