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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적인 식탁
  • 이라영
  • 14,400원 (10%800)
  • 2019-09-20
  • : 796
우리의 모든 식탁은 정치적이다. 식탁에 음식이 올라오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요리는 누가 했는지, 장은 누가 봤는지, 마트에선 누가 일하는지, 누가 식재료를 재배하는지 등 어디 한 군데라도 여성의 노동력이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다. 그러나 사회는 식탁의 존재를 터부시한다. 가정주부의 대다수는 여성이지만, 그 가정주부의 노동력은 결혼을 통해 당연히 제공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요리의 중심엔 대개 여성이 서있지만 미디어에서 주목받고 인기를 얻는 것은 남성 셰프다.

이 외의 먹는 행위도 모두 정치적이다. 여성은 먹는 음식에 따라 ‘국밥’을 먹는 개념녀, ‘파스타’를 먹는 된장녀로 구분지어지기도 하고, 강간 약물을 ‘먹여’ 여성을 ‘따먹는다’란 표현도 두루 사용된다. 예술사회학 연구자인 이라영은 이 모든 ‘먹음’에 정치적인 함의가 있다고 전제하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느끼는 일상에 권력이 어떻게 스며들어있는지 이 ‘정치적인 식탁’은 정말 친절하게 떠먹여준다.

목차의 ‘먹는 여자’. ‘만드는 여자’. ‘먹히는 여자’, ‘먹는 입’, ‘말하는 입’, ‘사랑하는 입’을 보면 이라영 연구자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예측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입에서 나오는 행위가 먹고, 먹히는 단편적인 일이 아닌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말하고 외치는 일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 일상의 정치는 느끼는 감각에서 시작한다. 마음이 없는 몸은 때와 장소를 분별하지 못하고 먹는다. ‘식이’ 삶의 징표가 아니라 타인의 상처를 공격하는 무기가 되는 순간이다. (p. 180)

- 먹는 입, 말하는 입, 사랑하는 입의 권리를 생각하는 정치적인 식탁은 누구든 환대해야 한다. 배고픔을 해결하는 동물적 존재에서 말하는 권리를 가진 정치적 인간으로, 나아가 타인과 온전히 관계 맺을 수 있는 사랑하는 인간으로 살아갈 권리는 모두에게 있다. 구속당한 입들의 해방이 권력의 구조를 흔들 것이다. (p. 251)

먹는 일은 인간의 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연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런 필연적인 일에서조차 차별이 만연하게 일어나고 있다. 일상의 불편함을 인식한 그 순간, 우린 더 넓은 논의의 장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다. ‘정치적인 식탁’을 읽자. 일상을 다시 한 번 돌아보자.

#정치적인식탁
#동녘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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