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작은 숲에서
여기 작은 숲에서
햇빛은 나를 벌써
스무 해 넘도록 보았다.
무수한 세월이
이 초록빛 공간 위로
흘러갔다.
시간은 가장자리도 경계도 없는데
우리네 짧은 삶은
그에 비하면 얼마나 하찮은가.
(하략)
한 장소를 수십년 산책을 해보면 느끼게 된다. 나만이 장소를 바라보고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장소 또한 나를 인식하고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 발저의 이 산문 곳곳에서 발저도 이 느낌을 공유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너무도 익숙한 산과 숲, 들을 걷고 있으면 그 장소들의 품에 내가 안겨져 있는 느낌. 그 장소들이 나를 넉넉하게 품고 있다는 느낌. 이 느낌이 강렬해지면 내가 안긴 그 자연과 하나가 된 듯한 느낌에 사로잡히고, 말할 수 없는 평온함에 둘러싸인다. 내가 산책을 가장 중요한 일과로 생각하는 이유다. “나는 이제 물결이고, 물이고, 강이고, 숲이다.” 아, 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