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 저의 『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지기』 를 읽고
독일의 작가이자 세계 문학에도 큰 영향력을 갖고 있고, 우리나라에도 많은 독자를 갖고 있는 헤르만 헤세의 사유의 정수가 담긴 글들을 모은 선집 『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지기』가 기쁜 책들의 숲인 ‘열림원’에서 출간되었다. 열림원출판사에서 ‘열’자는 ‘悅다’라는 새로운 동사로, 끝없이 뻗어 가는 사유의 기쁨 속을 거니는 뜻으로 일상의 틈을 여는 사유의 창이자, 무한한 숲으로 향하는 작은 문이란 뜻으로 그 열린 공간 안으로 우리 독자들을 초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열림원출판사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총서 ‘열다’의 첫 번째 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 모든 아픔에도 나는 여전히 이 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져 있다.”
이 책에 실린 헤세의 시의 구절처럼, 헤세는 세상이 가하는 온갖 폭력과 야만의 고통을 견디면서도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하고자 했다.
고통 속에서도 삶을 사랑하고,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보았던 헤세의 재생력은 그의 문학에서 여러 방식으로 형상화되었으며, 그의 시, 소설, 에세이, 심지어 독자들의 편지에 대한 무수한 답장에서도 그런 힘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은 헤세의 이러한 힘과 세계관이 잘 표현되어 있는 글들을 모아 엮은 것으로, 삶의 현장에서 길어 올린 그의 사유의 정수가 담긴 명문장들을 엄선하여 소개한다.
그 어디를 읽더라도 헤세가 그의 작품에서 밝혔든 당당한 모습들을 그 느낌 그대로 생생하게 확인할 수가 있다.
서문에서 폴커 미헬스는 작가로서 보기 드문 헤세의 미덕으로 무엇보다 그의 “인간적인 고결함”을 꼽으며 “그는 작가로서 말한 대로 살았다.
세상과의 타협을 거부하고 삶의 마지막까지 상처받으며 살았다”고 말한다.
“그의 삶과 작품은 마지막 순간까지 나머지 없이 딱 떨어지는 방정식과 비슷해 보인다.” 고 평하기도 하였다.
헤세는 삶과 글이 분리되지 않은 작가였다.
그의 삶이 고통스러웠던 것은 그가 세상 속에서 부단히 자신의 신념대로 살고자, 작가로서 자신의 고유성을 지키며 살아가고자 노력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상처받고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그러한 삶을 사랑하며 나아가고자 투쟁했던 헤세의 생생한 육성이 이 책에 잘 담겨 있다.
그 기록들이 안겨 주는 격려와 위로가 독자들에게도 생생히 가 닿으리라 확신하면서 많이 읽기를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날마다 야만의 고통을 견뎌내며
또다시 저 빛 속으로 얼굴을 내민다.
내 안의 연약하고 부드러웠던 것을
세상은 죽도록 조롱했지만,
내 본질은 파괴될 수 없는 것.
나는 만족하고 화해하며,
가지를 수백 번 찢어 참을성 있게
새로운 잎을 틔워 내고,
그 모든 아픔에도 나는 여전히
이 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져 있다”-가지치기를 한 떡갈나무 중에서(p19)
“사랑받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것이 전부였다.
우리 존재를 가치 있고 즐겁게 만드는 것은 우리의 느낌과 감정뿐이라는 사실을 나는 점점 또렷이 깨달아 갔다. 지상에서 ‘행복’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 모두 감정으로 이루어져 있었다.”-마르틴의 일기 중에서 (p262)
“노년의 정원에서는 우리가 예전에는 거의 돌보지 않던 꽃들이 피어난다.
인내의 꽃과 고결함의 꽃이다”-노년에 관하여 중에서(p3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