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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ilo Book 11: The Great Space ...
  • 저드 위닉
  • 16,560원 (20%830)
  • 2025-02-11
  • : 283

책을 받은 지 정확히 12시간이 흐른 뒤 , 나는 우울함에 젖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맥주 한 잔을 홀짝 홀짝 마시면서...아마도 맥주를 먹지 않았다면 이 글을 쓰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말짱한 정신이었다면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을 오랫동안 박제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을 것이고, 아마도 부지런히 이런 감정은 절대 없었던 것 마냥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었을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부터 익히 알아오던 감정, 재밌는 책을 다 읽어 버렸을 때의 허무함을 지금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몇 달을 기다렸는데, 두시간도 안 되서 다 읽어 버렸다. 이런!!! 어린이 만화책의 단점은 바로 이렇게 금새 읽을 수 있는 것에 있다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다. 그래도 하루 정도는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으나 , 알고 보니 두 시간도 넉넉히 잡은 것이고, 한 시간 정도 되니 끝이 보이더라. 흑흑흑흑흑....나는 일단 읽기 시작하면 멈추거나 아껴서 읽는 법을 모른다. 어찌 이렇게 나쁜 습관을 들이게 된 것인지 지금까지도 한탄스럽다. 그렇게 몇 달을 기다려서 읽은 이 책에 대한 감상을 말해 보자면...


1. 확실히 10편이 걸작이었다는 것을 알겠더라. 10편은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자 마자 1페이지로 다시 돌아가야 했을 만큼 재밌었거든. 그런데 이 책은 그 정도는 아니다. 아마도 hilo의 전편을 다 읽은 팬들이라면 동의하겠지만서도, hilo의 정수는 10편이다. 이야기의 흐름, 재치, 감성을 건드리는 정도, 순도 높은 농담, 폴리와 핍의 티티카카 케미, 폴리와 핍의 난장판을 어른다운 깊이로 잡아주는 폴리의 부모님들....한 장면도 버릴 것이 없었다. 특히나 장면 장면 터지는 웃음 보따리는 정말로....웃기다 생각에 잠기게 하다, 웃기다 감동에 젖게하다의 연속이었다. 대체로 나는 재밌는 책을 좋아하는데, hilo 10권 이 책은 바로 딱 그런 책이었다. 웃을 수 있고, 감동 받을 수 있고, 생각할 거리를 주는 그런 책, 내가 홀딱 반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게 한껏 기대를 높여 놓고 보니, 이 책에 대한 기대치가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올라 갔었다. 해리 포터 시리즈 이후 내가 이렇게 목 놓아 기다린 책은 이 책이 처음이다시피, 정말로 나는 이 책을 기다렸었다. 그리고 그런 기대 속에는 0.00001% 정도 실망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왜 나쁜 예감은 틀린 법이 없나, 라는 말이 있듯이 나쁜 예감은 그래도 적중했다. 다시 말해 10보다 못하다. 그리고 어찌 보면 10편 만큼의 퀄리티를 기대한다는 것이 양심이 없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10편이 워낙에 잘 만든 것이었고, 거기에 부응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것이라는 걸 말이다. 그럼에도 이 정도의 퀄리티를 내준 것 만으로도 나는 작가에게 감사 인사를 올리고 싶었다. 다시 말해 10편 보다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재미는 있었다. 다만 10편보다 못하다는 것 일뿐. 이래서 훌륭한 형 밑에 잘난 아우가 없다는 말이 있는가 보다. 하여간 잘난 형을 둔 덕분에 졸지에 못난 아우 소리를 들어야 하는 11권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그 아우가 아주 형편없었다고 한다면 그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알았다. 이 작품에 실망했다고 한다면 나는 아주 분수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이다. 배은망덕에 가깝겠다고 하겠다. 작가가 만들어준 웃음에 나는 기꺼이 즐겁게 웃어 댔으니 말이다. 하여간 10권에 비해 11권이 못하다는 건 분명했고....


2.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우울했던 것은 10권보다 재미가 못하다는 것에 있지는 않다.(조금은 그렇기는 하다.) 그보다는 이 책을 다 읽어 버렸다는 것에 대한 것이 크다. 몇 달을 기다렸건만( 다시 말하지만, 지금 음주 리뷰 중이다. 말이 중복이 되는 걸 이해 바란다. 횡설수설하는 것도 감안 바란다. 왜냐면 음주 상황이 아니라면 이걸 쓰고 있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제정신이 아니라서 이걸 쓰고 있는 것이다.) 2시간도 안 돼서 다 읽고 말았다. 그리고는 마지막 페이지를 보니 다음 편이 2026년에 나온 단다!!!! 지금은 2025년 2월인데! 못해도 10개월 재수가 없으면 22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니 내가 우울하지 않고 배기겠는가? 정말로 우울해서 맥주를 마시게 된 것이다. 더우기 더 우울한 것은 내년에 나온다는 그 책이 이 책의 연작이 아니라 쉬어가는 편이 될 거라고 한다. 다시 말하자면 연작이 아니라, 중간에 쉬어가는 하일로 할러데이 스페셜이 도리 것이라고 한다. 이런 이런....이런 참사가. 나보고 이들의 이야기를 3년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렸다. 정말로 내가 성격이 좋아서 --그리고 책을 험하게 다루는 걸 싫어해서--가만 있었지, 성질 같으면 책을 벽에 던지고 싶었다. 작가가 한국인이라면 지금 장난해? 하면서 댓글 워리어가 되어서 열심히 그를 갈구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호 통제라....나는 영어에 능통하지 못하니...그저 하염 없이 달력만 보면서 도대체 2027년은 언제쯤 올 것인가, 내가 얼마만큼 인내해야 할 것인가 계산하게 되더라. 이 나이가 되도록 참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니...도대체 나이를 어디로 먹은 것인지 알다 가도 모를 일이다.


 3. 거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미묘하게 그림체가 좀 다른 것 같다 싶었는데---하일로가 묘하게 뚱뚱하게 나온다. 하일로가 나이가 들어서 살이 찐 설정인가 싶었는데, 과연 작가가 그렇게 미묘한 것까지 캐치해서 그릴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들었지만서도, 알고 보니 이젠 작가에게 조수가 있는 모양이다. 작가가 왜 혼자 그리지 않고 조수의 도움을 받는지는 모르겠지만서도, 원래의 그림체를 좋아했던 나로써는 조금은 실망이다. 작가 혼자 그릴 수는 없었던 것일까? 자기 자식을 그리는데 자기보다 더 잘 그리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말이다.


하여 이래저래 실망만 하게 된 하일로 11권. 아마도 며칠은 이 실망과 우울의 바다를 아무도 모르게 나 혼자 둥둥 떠 다녀야 할 것 같다. 작가에게 밉다고 소리치고 싶지만, 또 사랑한다고 소리치고도 싶은 이 상황. 그저 작가가 건강하고, 나도 건강해서 이 시리즈의 마지막을 흥미롭고 즐겁게 감상했음 하는 바람이다. 이제 와서 알게 된 연작 중인 책을 읽게 된 사람의 심정을 말해 보자면...내가 왜 이 책이 종결 되고 난 후에 읽지 않았을지 그게 참 아쉽다는 것이다. 다 나온 후에 한꺼번에 읽었다면 좀 좋아. 아마도 이렇게 우울하다면서 맥주를 들이켤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다. 시리즈가 나오는 중에 책을 보게 된 자의 비참한 결말이 바로 이렇다는 것을 , 독자들은 염두에 두길 바란다. 하니, 인내심이 없거나 우울한 자신이 싫으신 분들은 나중에 한 10년 뒤에 시리즈가 다 나온 뒤에 읽으실 것을 추천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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