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mmie and friends>이란 시리즈의 연작으로, 올해 나온 신작이다. 저자 테리 리벤슨의 이 시리즈가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생소한 시리즈겠으나, 이 작품들의 열성팬인 나는 신작이 출현했다는 말만 듣게 되면 당장 파블로의 개처럼 반응을 하게 되는 시리즈다. 이 책들이 너무 마음에 든 나머지, 어디건 다니며 좋다는 소문을 냈으며, 심지어 조카에게 생일 선물로 사주기까지 했으나, 왜인지 아직까지 한 번도 영업에 성공을 한 적이 없다. ( 책 선물하는 걸 제일 좋아하는 나--사실 책 외에는 선물할 거릴 생각해 내지 못함--에게 ' 어린이들은 책 선물을 제일 싫어한다고, 아이들에게 책을 선물하는 건 돈을 쓰고 인심을 잃는 행위 라'며 ' 이런 헛똑똑이를 봤나. 이런 기본도 알려 줘야 하다니....'라는 표정으로 설명해 준 사람이 바로 내 조카다.) 해서 약간은 기가 죽어 있는 상태였는데, 그래도 신작이 나왔다는 말에 다시 한번 들여다본 결과... 정말 이렇게 좋은 책을 왜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생각이다. 너무너무 좋아서 남산 꼭대기에 올라가 메가폰 들고 소리라고 지르고 싶은 테리 리벤슨의 신작인데, 모르는 이가 많아서 안타까운 작품, 바로 Always Anthony 다.
안소니는 지적인 부모와 쌍둥이 여동생을 둔 중학생이다. 농구팀 주전인 그는 이른바 학교의 인싸로 아이돌 급 인기를 누리며 학교를 다니고 있다. 평생 어려움 없이 세상을 살아온 듯한 그에게 모종의 위기가 닥쳤으니, 에세이 과목에서 D를 받아버린 것. 선생님은 다시 잘 써오면 점수를 올려 준 의향이 있다고 말씀하시지만, 낙장 불입의 자세로 살아온 쿨 가이 안소니는 그럴 생각이 없다. 에세이를 다시 쓰느라 주말 내내 고민하느니 놀겠다며, 차라리 그냥 D를 달라는 안소니. 그런 그에게 태클을 거는 사람이 있었으니, 예상대로 바로 엄마. 엄마의 불호령에 마지못해 에세이를 다시 쓰게 된 안소니는 학교 선생님이 지정해 준 사람에게 과외를 받게 된다.
하여 그런 안소니를 지도하게 된 레아, 그녀는 안소니와 같은 학년으로 수업 시간을 빼고는 존재감이 미미한 수줍음이 많은 소녀다. 사실 초등학교 시절 같은 반이었던 적도 있던 둘이지만, 안소니는 레아를 선생님의 애완 학생으로, 레아는 안소니를 무례한 개차반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게 접점이라고는 단 하나도 없는 듯한 둘은 안소니의 성적으로 올리자는 목표하에 공부를 같이 하게 되고, 그 과정 속에서 사실 자신들이 상대를 잘못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걸 깨닫게 되는데.... 겉으로는 자신만만해 보이지만 실은 자신의 아픔을 내보이는 법을 몰랐던 안소니와 소심하지만 사려 깊은 레아가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작품이다. 둘의 이야기를 교차로 엮어 나가는 걸 보면서 도대체 어떻게 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시려나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몹시 걱정을 했는데, 역시나 테리 리벤슨, 내가 좋아하는 작가답게 멋있게 끝을 맺어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지금까지 시리즈 9권이 나왔는데, 물론 그 9권이 다 마음에 든 것은 아니었지만, 9권째가 되는데도 여전히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면 역시 대단한 사람이구나 싶다. 아홉 권이나 쓰다 보면 소재가 고갈될 것 같은데, 여전히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들을 쏟아 내는 걸 보면 말이다. 해서 이번에는 좀 실망하지 않겠는가, 하면서 기대치를 내려놓고 본 책이건만, 오히려 작가에게 더 빠져든 작품이 되고 말았다. 이런 책들은 언제든지 환영이니 테리 리벤슨이 앞으로도 더 활발히 책을 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건 언제나 감동적이다. 그리고 그들의 그런 성장을 묵묵히 사랑의 눈으로 바라 봐주는 어른들을 보면, 그렇지 못해서 절절매고 궁싯거리는 나로서는 늘 한수 접고 배우게 된다. 해서 중학생이건, 중학생을 자녀로 둔 어른들이건, 그냥 어른이건 간에 추천하는 바다. 영어도 그다지 어렵지 않기에 원서 공부에 안성맞춤이라는 것도 알려 드린다. 원서로 읽을 꺼릴 찾는 분에게도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