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은 다 안 읽은 책에 대해서는 말을 삼가는게 내 스타일이지만서도, 이 책에 대해서는 한 자 남기고 싶어서 쓴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렸을때는 마음이 설렜었다. 뭔가 좋은 기분이 느껴졌달까? 베스트 셀러라니 나도 뭔가 좋은 기운을 받을 것 같은 기분. 휴남동이 진짜로 존재하는 곳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하여간 거기에 진짜 서점이 있고, 거기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진다면 얼마나 근사하겠는가, 라는 설레발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몇 페이지를 넘기기도 전에 집중이 전혀 안 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는 도저히 더이상은 읽을 수가 없겠다는 지점에 도달하게 된다. 더 읽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는 시간 낭비가 될 것 같다는 느낌. 젊은 시절의 나라면 꾸역꾸역 읽기 싫은 책이라고 다 읽겠지만, 늙은 나는 그런 기력도 시간도 없다.
뭐, 읽기 싫은 책을 안 읽은 것이 한두번 일어나는 일도 아니고, 어찌보면 책을 집어서 다 읽게 되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해야 하는 이 시기에, 내가 "다" 읽지도 않는 이 책에 리뷰를 달게 된 것은....내가 발견한 것에 대해 기록을 남기고 싶어서다.
나는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렸다. 흥미가 일었다. 과연 이 책을 빌린 사람들은 이 책을 다 읽었을까 싶은...그래서 책을 휘리릭 살펴봤더니만, 놀랍게도....내가 그만둔 그 지점 정도만 사람들의 손길이 머물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놀라운 일이...우린 대부분 비슷한 인내심을 가진 사람들이었구나 싶어서, 이 책을 빌렸던 내 앞 의 독자들에게 묘한 동지애를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재밌는 것은 아무도 뒷부분은 새책처럼 깨끗해서 아무의 손도 타지 않은게 분명해 보이는 것이었다. 이런 이런 사람들이 생각하는건 어떤때는 놀랍도록 똑같단 말이지 하면서 흐믓한 마음으로 책을 반납했다. 아마도 나중에라도 이 책을 생각하면 그 기억이 날 것 같아서 여기에 이렇게 적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