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026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아버지의 사과 편지
- 이브 엔슬러
- 13,500원 (10%↓
750) - 2020-08-14
: 271
나는 꽤 냉소적인 스타일이라 쉽게 울거나 마음 약해지지 않는 편인데, 유일하게 영화든 책이든 주저하게 되는 소재가 있다. 모든 종류의 가정 폭력과 학대, 특히 아동을 향한 폭력적인 행위들. 아이들은 너무나 쉽게 학대당한다. 학대받지 않고 자란 아이가 있을까. 그런 마음에 이 책을 고르기까지 조금의 용기가 필요했다.
이 책은 자신을 평생 학대하다가 한 마디 사과 없이 죽어버린 아버지라는 이름의 가해자에 대한 이야기다. 제목이 명확히 설명하듯 이 이야기의 화자인 아버지는 자신이 휘두른 학대의 서사를 차근차근 되짚으며 자신의 딸인 '에비'에게 잘못을 빈다. 끔찍한 마음을 가지게 된 과거와 되돌릴 수 없는 순간, 바로잡을 의지가 없었던 모든 순간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가해자의 이야기 따위는 전혀 듣고 싶지 않지만, 이 책은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에비의 이야기'이다. "기록할 수 없는 상처는 없다"라는 말처럼, 에비는 스스로 나아가기 위해 철저히 아버지라는 대상을 이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처럼 힘든 이야기를 마주할 때에 주저하는 마음과, 어쩐지 죄의식에 애써 부닥치려는 비겁한 속내 사이에서, 앞으로는 조금은 가뿐하게 상처를 기록하는 나와 우리가 될 수 있길.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