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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le_fille_님의 서재
  • 어른이 되면 관계가 쉬워질 줄 알았는데
  • 성유미
  • 17,100원 (10%↓950)
  • 2026-07-06
  • : 455

*해당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어른이 되면 사람을 대하는 일도 조금은 능숙해질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조심하게 되고, 잘해주려 애쓸수록 오히려 지쳐버리는 순간이 많았다. 이 책은 그런 관계의 피로를 단순히 위로하기보다, 왜 그런 일이 반복되는지 차분히 들여다보게 만든다.


저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정신분석가로서 상담실에서 만난 다양한 사례를 통해 관계의 본질을 풀어낸다. 관계를 노동처럼 느끼는 사람, 배려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 가족과 부부 사이에서 반복되는 갈등, 오랜 상처 때문에 새로운 관계를 두려워하는 사람들까지. 각각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사례이지만,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내 모습이 겹쳐 보인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라캉의 말을 인용하며 욕망을 설명하는 장이었다.

"인간의 욕망은 타자의 욕망이다."

친구의 삶을 부러워하던 마음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는데, 그것이 정말 내 욕망인지 되묻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부모와 사회가 만들어 준 기준을 내 삶의 목표처럼 따라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오랫동안 품고 있던 열등감의 방향이 조금은 달라졌다.


또 하나 오래 남은 문장은 경계에 관한 이야기였다.

"경계 세우기는 상대를 밀어내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고, 거기서부터 관계를 맺기 위해서 필요한 것입니다."

경계는 차갑게 선을 긋는 일이 아니라, 먼저 나를 잃지 않는 일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다시 배웠다. 착한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동안 정작 내 감정과 필요를 외면하고 있었음을 인정하게 만드는 문장이었다.


사랑에 대한 시선도 인상적이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갈등이 없는 관계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갈등이 생겼을 때 그것을 이해하고 견딜 수 있는 힘을 키우는 일과 같습니다."

좋은 관계란 갈등이 없는 관계라고 믿고 있었는데, 이 책은 오히려 갈등을 어떻게 마주하느냐가 관계를 결정한다고 말한다. 가까울수록 서로를 아프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럼에도 다시 이해하려는 노력이 사랑이라는 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에필로그의 마지막 문장은 책을 덮고도 한참 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천천히, 한 걸음씩, 나와 너를 모두 지키는 사랑을 다시 배워 갔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관계를 쉽게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관계 속에서 나를 잃지 않는 법, 상처받더라도 다시 관계를 선택할 용기를 건넨다. 어른이 되어도 관계가 여전히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조용하지만 오래 곁에 남는 안내서가 되어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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