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요즘은 이상하게 책을 읽는 일도 체력이 필요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긴 글은 물론이고 짧은 글조차 쉽게 집중되지 않는 날들. 그런 시기에 만난 책이 『맨손으로 바람을 움켜쥐다』였다.
이 책은 한 편의 긴 이야기를 들려주기보다 사진 한 장과 짧은 시 한 편을 통해 독자의 마음을 조용히 건드린다. 그래서 처음에는 금방 읽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자주 멈추게 되었다. 몇 줄 되지 않는 문장을 읽고 사진을 바라보다가, 다시 문장을 읽고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좋았던 점은 사진과 글이 서로를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진이 문장을 해석해 주지도 않고, 문장이 사진의 의미를 규정하지도 않는다. 대신 그 사이에 여백을 남겨둔다. 독자는 그 여백 속에서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꺼내 보게 된다.
폐역을 담은 사진에서는 지나간 시간의 쓸쓸함이 느껴졌고, 거울방에서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도 괜찮다는 담담한 위로가 전해졌다. 맷돌에서는 번뇌와 욕심을 갈아내고 싶은 마음이 떠올랐고, 창문 밖 강아지를 담은 장면에서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무겁지 않지만 가볍지도 않은, 소박한 풍경 속에서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인상적이었다.
가장 오래 남은 문장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니 느림으로써 나를 지키다”였다. 무언가를 더 빨리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에 익숙해진 일상 속에서, 이 문장은 잠시 걸음을 늦추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듯했다.
『맨손으로 바람을 움켜쥐다』는 거창한 깨달음이나 선명한 해답을 주는 책은 아니다. 대신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르게 해주는 책이다. 책을 읽고 싶다기보다 잠시 쉬고 싶은 날, 조용히 곁에 두고 펼쳐보기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