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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le_fille_님의 서재
  • 스님의 필사책
  • 정운 엮음
  • 19,800원 (10%1,100)
  • 2026-04-17
  • : 2,425

**해당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썼습니다.



《스님의 필사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책이 무언가 새로운 지식을 가르쳐주는 책이라기보다 이미 알고 있지만 잊고 지내던 것들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책이라는 점이었다.


2주 동안 하루에 한 편씩 부처님의 말씀을 필사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좋은 문장을 따라 적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한 글자씩 손으로 옮겨 적다 보니 읽기만 할 때와는 전혀 다른 경험이 되었다. 짧은 문장 하나를 쓰기 위해 여러 번 눈으로 읽고, 손으로 적고, 다시 바라보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문장의 의미가 마음에 오래 머물렀다.


특히 기억에 남는 구절들이 많았다. 《금강경》의 "세상 모든 것은 덧없다"는 말씀은 당연한 진리처럼 보이지만, 막상 필사하며 곱씹어 보니 내가 붙들고 있는 걱정과 욕심들 역시 언젠가는 사라질 것들이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또 "큰 바위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법구경》의 구절은 칭찬과 비난에 쉽게 흔들리는 내 모습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이 책이 불교 신자가 아니어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법구경》, 《숫타니파타》, 《아함경》, 《금강경》에서 선별한 문장들은 종교적인 교리라기보다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 가까웠다. 행복, 집착, 관계, 욕심, 자비, 평정심처럼 누구나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주제들이 담겨 있어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과 연결해서 읽게 된다.


필사를 하며 깨달은 것은 마음이 갑자기 달라지는 특별한 변화보다도, 하루 중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생각보다 소중하다는 사실이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채우려고 하지만, 이 책은 오히려 내려놓고 비워내는 연습을 하게 만든다.


경전을 한 줄 쓰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백 번 닦는 셈이라는 책의 문장이 유독 오래 기억에 남는다. 실제로 2주 동안 필사를 해보니 그 말이 왜 나왔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글씨를 잘 쓰기 위해 집중하는 시간이 아니라, 내 마음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가만히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루를 조금 더 고요하게 마무리하고 싶은 사람, 복잡한 생각들을 잠시 내려놓고 싶은 사람에게 좋은 필사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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