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엔 제목 때문에 익숙한 동화 재해석 정도를 예상했다.
빨간망토, 늑대, 숲. 누구나 알고 있는 상징들이니까 어느 정도는 예상 가능한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읽기 시작하자마자 분위기가 생각보다 훨씬 차갑고 거칠었다.
《변칙개체 빨간망토》는 동화를 예쁘게 비트는 소설이라기보다, 동화의 외피를 입은 설산 생존극이자 괴물 사냥물에 가깝다. 눈보라, 얼어붙은 몸, 붉은 망토, 숲의 흔적, 보고서와 기관의 언어가 섞이면서 익숙한 이야기가 전혀 다른 얼굴로 변한다.
가장 좋았던 건 이 작품이 괴물을 단순히 무서운 존재로만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늑대는 분명 위험하고 끔찍한 존재지만,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괴물을 다루는 인간은 과연 얼마나 인간적인가’라는 질문이 따라온다. 그래서 이 소설은 괴물과 싸우는 장면보다, 그 괴물을 부르고 분류하고 처리하는 방식 쪽이 더 오래 남았다.
짧은 분량인데도 장면감이 꽤 선명하다. 눈밭의 발자국, 차가운 숲, 오두막의 불빛, 사냥 뒤에 남는 피로와 냄새 같은 것들이 머릿속에 오래 남는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분량이지만, 읽고 나면 생각보다 서늘한 여운이 남는 책이었다.
잔혹동화, 민속 호러, SCP식 기관물, 괴물과 인간의 경계가 흐려지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익숙한 빨간망토를 기대하고 들어갔다가, 낯선 숲에 놓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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