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에는 완벽하지만, 발전을 저해받기 쉬운 언덕을 좋아한 에트루리아인. 방어가 불완전한 곳에 도시를 건설한 덕분에 결과적으로 밖을 향해 발전하게 된 로마인. 통상에는 편리하지만, 자칫하면 적의 존재를 잊게 만드는 바닷가에 도시를 세운 그리스인. 공과대학의 도시공학과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무엇보다도 우선 인문학을 배우는 것이 좋다.- P31
로마의 왕은 신의 뜻을 나타내는 존재가 아니다. 공동체의 뜻을구현하고, 그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존재다.- P48
다신교와 일신교의 차이는 다음 한가지 뿐이라고 생각한다. 다신교에서는 인간의 행위나 윤리도덕을 바로잡는 역할을 신에게 요구하지 않는 반면, 일신교에서는 그것이 바로 신의 전매특허다. 그리스 신화에서 볼 수 있듯이, 다신교의 신들은 인간과 똑같은 결점을 지니고 있다. 윤리도덕을 바로잡는 역할을 맡지 않기 때문에, 결점을 지니고 있어도 전혀 지장이 없다. 하지만 일신교의 신은 완전무결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내버려두면 감당할 수 없게 되는 인간을 바로잡는 것이 신의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P52
그런데 로마인들은 신에게 윤리도덕을 바로잡는 역할을 요구하지 않은 대신 무엇을 요구했을까. 바로 수호신 역할이다.- P54
아테네에서는 정치에 무관심한 인간은 조용함을 즐기는 자로 여겨지지 않고, 시민으로서 무의미한 인간으로 간주된다.
자유와 질서의 양립은 인류에게 주어진 영원한 과제의 하나다. 자유가 없는 곳에서는 발전이 없고, 질서가 없는 곳에서는 그 발전도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 이 두 가지는 이율배반의 관계에 있다. 이 두 가지 이념을 현실에서 양립시키는 것은 가장 중요한 정치적 명제가 되어왔다.- P158
독재정치의 결함은 그 독재 권력을 행사하는 인물의 자질과 무관할 수 없다는 것인데, 뛰어난 자질을 가진 인물은 잇따라 등장하지 않는 법이다.- P160
고대 로마인이 후세에 남긴 진정한 유산은 광대한 제국도 아니고 2천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서있는 유적도 아니며, 민족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고 인종이 다르고 피부색이 다른 상대를 포용하여 자신에게 동화시켜버린 그들의 개방성이 아닐까.- P2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