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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있어 즐거운 공간
  • 녹나무의 여신
  • 히가시노 게이고
  • 16,920원 (10%940)
  • 2024-05-23
  • : 6,213

'히가시노 게이고'는 1985년에 <방과 후>로 등단한다. 그렇지만 등단 후에 약 10여 년 동안은 무명작가였다. 우연히 <교통경찰의 밤>을 읽은 후에 <방과 후>, <비밀>, <나미야 잡화점의 비밀>등을 읽으면서 신작이 나올 때마다 꾸준히 작가의 작품들을 읽게 됐다.

그런데 워낙 다작의 작가인지라 데뷔 38년 여 동안에 1년에 2작품 때로는 3작품을 출간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작가의 신작을 읽지 않게 됐다.  그런데 2026년 7월 23일 세상을 떠나면서 다시 한 번 작가의 작품들에 관심이 갔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의 유작인 <영원의 기억>을 8월 5일 발매 카운트다운 행사를 앞두고 있었다. 

이번에 읽은 책은 <녹나무의 여신>이다. 이 책을 읽다가 알게 된 사실은 2023년에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이 <녹나무와 파수꾼> 인데, 누계 판매 100만 부를 돌파했으며 '히기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에 첫 손에 꼽힐 정도의 명작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속편으로 2024년 5월에 <녹나무의 여신>이 출간된다. 

<녹나무의 여신>속에 나오는 유키나와 모토야가 그림책을 함께 만드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를 바탕으로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동화 <소년과 녹나무>도 있다. <녹나무의 여신>에서는 이야기의 일부만 쓰여졌는데, <소년과 녹나무>는 어린이들에게 독서의 기쁨을 주기 위한 이야기가 완성된 그림책이다. 

<녹나무의 여신>은 레이토라는 청년이 주인공이다. 아버지는 누군지 모르고 외할머니와 어머니와 함께 살았으나, 어머니 마저 세상을 떠난다. 취직을 한 회사에서 바른말을 하다가 퇴직금도 없이 해고를 당하자 억울한 마음에 회사 기계를 훔치다가 절도죄로 잡히게 된다. 이 때 도움을 주는 사람이 야나기사와 치후네이다.  이런 이야기는 <녹나무의 여신>의 전편인 <녹나무의 파수꾼>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런데, 전편을 읽지 않고  <녹나무의 여신>을 먼저 읽었지만 '히기사노 게이고'의 소설들이 전편을 안 읽어도 무난하게  시리즈의 후편을 읽을 수 있다. 

레이토는 월향신사의 관리인으로 일하게 되는데, 그곳의 덤불숲 속에는 커다란 녹나무가 있다. 초하룻날과 보름날 밤에는 녹나무의 나무 기둥의 동굴 속에서 밀초를 켜놓고 녹나무에 염원을 새기면 예념이고, 이를 받으면 수념이라고 한다. 예념자와 수념자를 연결시켜주는 일을 하는 것이 파수꾼의 업무이다. 

그런데 어느날 소녀 유키나가 동생들과 함께 와서 자신이 쓴 시집을 신사에서 팔도록 해 달라고 한다. 그런데 어느 초하룻날 밤에 예불을 드리러 온 사람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지고.

공교롭게도 마을에서는 강도 치상사건이 일어난다.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과 함께 소녀 유키나와 기억장애를 앓고 있는 모토야가 그림책을 만드는 과정이 나온다.

유키나의 시에 모토야의 그림, 그림책이 완성되면서 주민회관에서 <녹나무와 소년>의 낭독회가 열린다. 낭독을 맡은 사람은 기억이 사라지고 있는 치후네이다. 

레이토는 잠을 자고 일어나면 그 이전의 일은 모두 잊어 버리는 기억 장애를 가진 모토야가 기억을 잃기 전에 가장 행복했던 추억의 한 장면이 매실 찹쌀떡의 맛을 되찾아 주기도 한다. 

이 소설은 너무도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물론, 기억장애를 앓고 있는 시한부 인생이 모토야, 뇌 질병을 가진 엄마의 병원비로 인해 경제적 궁핍에 처한 유키나. 어릴 적 불우한 가정  형편의 레이토, 치매가 아니라 인지 장애라고 주장하는 치후네....

안타까운 사연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런 힘겨운 삶 속에서도 미래가 아닌 지금이 중요하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인식시켜 준다. 



" 소년은 말했습니다. 부탁이 있습니다. 나의 미래를 보여주세요.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알고 싶습니다. 그러자 여신은 물었습니다. 미래라면 아주 여러 개가 있단다. 너는 그중에 어떤 미래가 보고 싶은 것이냐. 1년 후? 10년 후? 아니면 한참 지나서 100년 후인가. 좋아. 그걸로 하자. 소녀은 여신님, 10년 후의 미래를 보여 주세요. 하고 말했습니다. 여신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알았다. 그러면 10년 후의 너의 모습을 보여 주마, 똑똑히 그 눈에 새겨 두도록 하여라. (...) 여신이 신비한 주문을 외우자 소년의 눈앞에 길이 나타난 것입니다. 언젠가 지나온 듯한 기나긴 길이었다. 그곳을 한 남자가 걷고 있다. 찬찬히 바라보니 그는 어른이 된 소년의 모습이었다. 10년 후인 것이다. 

" 소년은 10년 후의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그러자 남자는 대답했습니다. 응, 지금 나는 미래를 보여 주는 여신을 찾고 있어. 지금까지 살아 오는 동안 좋은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었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알 수 없어서 미래를 알고 싶은 거란다. 그러자 소년은 깜짝 놀랐습니다. 이래서야 지금의 나와 완전히 똑같지 않은가. 아무 것도 변한 게 없지 않은가. 여신님, 좀 더 나중의 미래를 보여 주세요. " (p.p. 351~352)

10년 후, 20년 후, 30년 후, 40년 후.....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인간은 언제나 길을 찾아 헤맨다. 인간에게는 미래를 아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으니 그것이 무엇일까?


" 미래를 아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이니라. (...) 그때 그렇게 했더라면,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후회하는 것에 아무 의미도 없다. 그것은 모두 지나간 일이기 때문이다. (...) 지금 네가 존재하는 것을 고마워하고 감사하라. 그리하면 어제의 일이 마음에 걸리지 아니하고 내일의 일 또한 불안하지 않으리라 " (p.p. 354~355)

소설 속의 또다른 시집의 내용이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줄 것이다.

특히, 불우한 삶의 한가운데에서 힘겨워 하는 유키나와 모토야 그리고 치후네 등.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존재하는 것을 고마워하고 감사하는 것, 내일의 일에 불안해 하지 말자. 

너무나도 소중한 것을 마음 속에 새기게 하는 좋은 작품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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