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병모의 소설을 여러 권 읽었지만 얼마 전에 <파과>를 읽었을 때의 느낌은 그 이전의 작품에서 느꼈던 감정들과는 사뭇 달랐다. 피가 튀기는 이야기들....
이런 느낌을 받은 작가로는 정유정이 있다. <7년의 밤>을 15년 전에 읽으면서 잔인함을 그저 물흐르듯 쓴다는 느낌이 들었을까. 그 해 인터넷 서점에서 연말에 열렸던 올해의 책(?)인가의 시상식에서 작가를 만났었다.
김난도, 공지영 등의 유명 작가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작가를 보면서 어디에서 그런 작품들이 나올 수 있을까 의아했었다. 구병모 작가도 그런 느낌의 작가이다. 소설의 전체 흐름은 잔인함이라고 해야 할까.
<절창>은 피를 통해서 어떤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보육원 동생과 함께 참석했던 행사에서 동생이 억울한 일을 당하는 과정에서 다친 상처을 만지면서 출혈을 막으려 하는 순간, 동생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를 알아 낼 수 있는 능력을 보이게 된다. 이 때 소녀의 능력을 감지하는 사람이 있으니 그녀들을 도와줬던 문오언이다.
소녀는 일정 나이가 돼서 보육원을 나오면서 순탄하지 못한 삶을 살게 된다. 이때에 떠오른 인물이 오언이고, 그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오언은 사업가라고는 하지만 사업체 내의 궂은 일을 처리하는 일을 하는 폭력, 살인 등을 일삼는 인물이다. 그에게 소녀가 필요한 이유는 잔인하게 사람을 해친 후에 그 사람의 피를 통해서 생각을 읽게 함으로 미처 말하지 않은 내용들을 알려는 것이다.
저택에서 공주처럼 사는 일이 무슨 행복이란 말인가, 소녀는 창살없는 감옥이라 할 수 있는 곳에서 힘든 날들을 보내면서 오언이 데려 와서 잔인하게 피를 보는 사람들의 생각을 읽는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어느날, 소녀의 입주 독서 교사가 오면서 기타 선생님의 죽음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가 드러나게 된다.
"비극보다는 희극이 좋아?" "뭐든 상관없지 않나요. 어차피 다 거짓말이니까"
물론, 비극 보다는 희극이 좋다. 소녀가 찾은 인생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삶이어서 좋다. 희극이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