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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한국어판 30주년 기념 특별판)
  • 로버트 제임스 월러
  • 8,820원 (10%490)
  • 2024-06-20
  • : 4,147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십여 년 전에 읽었던 책이다. 그당시의 리뷰를 찾아 봤지만 없어서 어떤 느낌으로 이 책을 읽었는 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감명깊게 읽었던 책으로 기억한다.
오랫동안 가슴 속에 담아 놓았던 추억의 한 조각을 붙잡고 살아가는 여인의 이야기가 애처럽고 절절했다는 생각만 남아 있다.
별로 길지 않은 소설이기에 다시 한 번 읽어 봤지만 이번에 느낌은 그 때와는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의 '시작에 앞서'에서는 이 소설이 실화를 바탕으로 했음을 이야기한다. 어느날 작가는 캐롤린 남매가 가져온 남매의 어머니가 쓴 일기장을 읽게 된다. 
일기장에는 1965년 아이오와 주의 매디슨 카운티에서 일어난 일을 시작으로 그 후 24년에 걸쳐 벌어진 일이 적혀 있다.  프란체스카가 자식에게 남긴 것으로는 그녀가 평생을 사랑했던 로버트 킨케이드로 부터 받은 편지 석 장, 짤막한 원고, 사진 2장, <내셔널 지오그래픽> 한 권, 다른 잡지에서 오린 킨케이드의 기사, 킨케이드의 낡은 카메라 등이다. 그리고 그날 이후 프란체스카에게 일어났던 일을 자세하게 적은 일기장.
작가는 1990년 매디슨 카운티의 낡은 다리 사진을 찍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영감을 얻어서 이 작품을 쓰게 된다.
이 책의 작가인 '로버트 제임스 윌러(1939~2017)는 경제학 교수로 오랜 세월을 재직했고, 텍사스 지방의 외딴 농장에서 글을 쓰면서 사진, 음악, 경제학, 수학 등에 몰두하며 평생을 살았다.
소설을 읽다보면 사진 촬영의 기법, 음악에 대한 이야기, 소설 보다는 시를 쓰기를 좋아한다는 남자 주인공의 취향이 작가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프란체스카는 이탈리아인으로 나폴리의 카페에서 미국에서 온 군인인 리처드를 만난다. 어떤 끌림이 있어서는 아니었으나 그를 따라서 미국의 아이오와로 오게 된다. 리처드는 딱히 어떤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밋밋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프란체스카은 이탈리아에서 처럼 미국에서도 몇 년 간 고등학교 영어 교사를 하지만 남편이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농부의 아내로 살아간다.
남편인 리처드와 두 자녀가 일리노이주의 송아지 품평회에 간 1965년 8월의 무덥고 건조했던 월요일,
그녀의 집 진입로에 낡은 트럭 한 대가 멈춰 선다. 매디슨 카운티의 지붕이 있는 다리 7개 중에서 여섯 군데는 찾았는데 나머지 한 군데를 못 찾았다고 한다.
그와 함께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다리까지 함께 간다. 그는 로보트 킨케이드로 작가이자 사진작가로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의뢰를 받고 다리 사진을 찍기 위해서 이 곳을 찾아 왔다.
건조한 세상에서 이 시대 마지막 카우보이라고 자처하는 꿈과 환상을 가진 50대 사진작가, 한 번 결혼을 했지만 이혼을 했으며, 전세계를 돌아 다니면 사진을 찍고 글을 쓴다.
킨케이드가 예이츠의 싯구를 읊는 것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감성은 그동안 감추어져 있던 프란체스카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프란체스카는 로버트 킨케이드를 이렇게 생각한다.
"초지와 초원의 차이를 중요하게 여기는 남자, 하늘 색깔에 흥분하는 사람, 시를 약간 쓰지만 소설은 그다지 쓰지 않는 남자 (...) 기타를 치는 남자, 이미지로 밥벌이를 하고 장비를 배낭에 넣어 가지고 다니는 남자, 그리고 바람처럼 움직이는 남자, 어쩌면 바람을 타고 온 남자." (p.p. 91~92)




"그들은 상대가 아름다운 사람임을 한눈에 알아본다. 가족이 없는 프란체스카의 집에서 나눈 나흘간의 사랑. 상대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는, 어떤 수식어로도 치장될 수 없는 그들만의 사랑, 그런 중심 잡힌 사람을 나누며 프란체스카는 생각한다. 이제 다시 춤출 수 있는 이유가 생겼다고.
그들은 함께 떠나고 싶어 하지마, 그녀에게는 가족이라는 책임이 있다. 그리고 킨케이드는 그녀의 그런 부담까지 이해하고 자신의 아픔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인내하는 사랑을 보여준다.
그 후로 두 사람은 22년이란 세월을 서로 연락없이 살아간다. 그러나 매일매일은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하다. 텅 비어 있는 가득함이라고나 할까. 결국 죽을 때 가져갈 수 있는 영혼의 사랑만을 가지고 이 세상을 뜨는 두 사람> (p. 234, 옮긴이의 말 중에서)
킨케이드가 그곳을 떠날 때에 자신의 연락처를 남긴다. 언제든지 전화하면 전달받을 수 있는 곳, 편지를 보내면 받을 수 있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무실의 전화를 알려 준다.
프란체스카는 남편이 죽은 후에, 연락을 하지만 이미 그곳에서는 킨케이드의 연락처를 알지 못한다. 그리고 얼마 후에 킨케이드의 죽음의 소식과 함께 그녀에게 킨케이드가 남긴 물품들이 전해진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단 나흘간의 사랑이 추억이 되어 두 사람의 가슴 속에 남은 애절하고 외로운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두 사람의 사랑 보다는 프란체스카의 가족들에게 생각이 미쳤다. 평생을 다른 사람을 가슴에 안고 사는 프란체스카의 남편은 그 사실을 끝까지 몰랐을까?남편이 죽기 직전에 프란체스카에게 했다는 말을 들어 보면 짐작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프란체스카는 함께 떠나자는 킨케이드에게 남편과 자식에 대한 책임을 이야기한다. 만약 자신이 킨케이드를 따라 그곳을 떠난다면 남편은 주변인들의 수군거림과 자존심 때문에 살아가기 힘겨울 것이라고 하는 말을 한다.
과연 다른 사람을 가슴에 안고 사는 아내와의 삶이 행복할 수 있었을까....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이야기할 때에 불륜이지만 가슴이 아프다는 글을 남기기도 한다. 가정이란, 가족이란 어떤 비밀이 존재한다면 진정한 가족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평생을 마음에 담고 사는 사랑이 있다면 배우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덕성이 결여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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