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한다면 핑계라고 말할 것이다. 그걸 알고 있다면 최선을 다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은 만화책 5권을 다 읽는 마지막 순간에는 가슴이 찡해지는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만화는 작가인 '아오노 순주'의 지은이 소개를 보면 자신의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가는 2001년 <슬랩 스틱>으로 지바 데쓰야 상 우수 신인상을 수상한다.그러나 한동안 연재 기회를 얻지 못한다.
2005년에 단편 <주마등>으로 만화 브랜드 IKKI의 신인상 '이키맨'을 수상하며 데뷔를 한다. 약 4년의 공백이 있었는데, 아마도 이 때의 자신의 이야기가 만화에 소재로 쓰인 듯하다.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은 월간 IKKI에서 연재를 했고, 이후 5권의 책으로 출간됐다.

어느날 오구로 시즈오는 40살의 나이로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만화가가 되겠다고 한다. 당장 아버지의 반응은 '세상이 그리 만만하게 보이냐?' 18살 딸은 허황된 꿈을 쫓는 42살의 아버지를 그냥 지켜 본다. 시즈오의 일상은 만화를 그리는 둥 마는 둥, 패스트푸드점 '햄버거H'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는 하지만 쪼들리는 경제 사정으로 딸에게 돈을 빌릴 정도이다.
월간 중고생 대상 잡지 EKKE에 그린 만화를 가지고 가는데, 시즈오의 담당 편집자는 시즈오가 만화를 잘 그리지는 못하지만 꾸준히 가져 오는 만화들에 호평을 하지만 잡지책에는 실리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초등학교 친구인 미야타는 이혼을 한 후에 자식이 좋아하는 빵을 생각하며 회사를 그만두고 자식을 위해 빵집을 오픈한다. 그러나 그의 아내가 재혼하면서 아들은 미국으로 떠난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만난 이치노사와 슈이치도 혼돈스러운 날들을 보내고...
잡지사의 새로운 담당 편집자인 우나미도 가슴 아픈 가족사가 있으니....

이렇게 만화는 5권에 걸쳐서 스즈오를 둘러 싼 인물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1권을 읽기 시작할 때에는 스즈오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무기력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스즈오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이해가 되는 부분들이 많아지게 된다.

이 책을 읽기 직전에 읽은 책인 <마흔의 기술>의 내용들이 생각난다. 예전에는 중년이라 했지만 이제는 청년이라 해도 무난할 나이. 한 번쯤은 자신의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을 해 볼 수도 있는 나이.지금까지 스즈오의 만화가 자신을 스스로 이해시키기 위해 그려졌다면, 우나미의 조언처럼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다는 생각으로 만화를 그리니 독자들의 호응을 얻게 된다.

스즈오와 딸의 관계,미야타와 아들의 관계,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는 이 만화의 끝부분에 와서 마음을 울컥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