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에 겐자부로는 1935년생으로 일본 시코쿠 에히메현의 산골에서 태어났다. 그의 집안은 에히메현의 유서 깊은 무사 집안이었다. 작가가 초등학생일 때에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었다. 도쿄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다였으며, 대학 재학 중에 단편소설 <기묘한 아르바이트>가 평론가들에게 좋은 평을 받으면서 작가로 데뷔한다.
1958년에는 단편소설 <사육>이 일본 최고 권위의 아쿠타가와상을 최연소로 수상한다.
1994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는데 가와바타 야스나리에 이어서 일본 2번째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다. 그는 노벨상을 수상한 후에 천황이 직접 수여한 문화훈장과 문화공로상을 거부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오에 겐자부로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이유로,
' 시적인 힘으로 생명과 신화가 밀접하게 웅축된 상상의 세계를 창조하여 현대에서의 인간이 살아가는 고통스러운 양상을 극명하게 그려냈다' 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강연에서 일본이 '전쟁 포기 약속'을 했던 헌법 9조를 언급하며 한국, 중국 등 이웃나라에 피해를 준 것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명하기도 했다.
오에 겐자부로의 평생의 궤적은 사화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반전 반핵에 앞장을 섰다. 2013년 <만년 양식집>을 끝으로 소설 창작을 마감한다.
이듬해에는 평생 썼던 단편소설 중에서 23편을 묶어서 한 권의 책을 만든다. 이 책은 오에 겐자부로 평생이 뚜렷하게 드러난 기념비적 선집이다.
이번에 읽은 현대문학의 <오에 겐자부로>가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1. 초기 단편 2. 중기 단편 3. 후기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중기 단편은 '레인트리를 듣는 여인들' 연작 3편, '새로운 사람이여 눈을 떠라' 연작 4편 '조용한 생활' 연작 2편, '하마에게 물리다' 연작 2편이 실렸다.
초기 단편, 후기 단편에는 단편들이, 그리고 오에 겐자부로 후기, 옮긴이의 말,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 연보, 국내 출간도서 등이 책에 담겨 있다.

그의 단편소설에서 많이 등장하는 소재는 자신의 아들이 두개골 이상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장애 아들, 뇌질환 청년 등이 많이 등장한다. 바로 <공중 괴물 아구이>를 비롯한 '새로운 사람이여 눈을 떠라', '조용한 생활' 등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내용이 담긴 소설로는 <사육>등이 있는데, <사육>은 2차 세계대전 말기에 시코쿠의 깊은 산에 추락한 비행기에서 살아 남은 흑인 군인을 산골 마을의 지하에 가두고 읍내로 압송하기 이전에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흑인을 처음 본 마을 사람들은 그를 경계한다. 그러나 그에게 밥을 갖다 주는 일을 하던 산골 소년은 그와 차츰 차츰 가까워지게 되는 우정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 우정은.... 목가적인 서정적 느낌이 있는 소설이다.
오에 겐자부로가 등단하게 된 단편소설인 <기묘한 아르바이트>는 대학 병원에 친구가 입원했는데 병원 뒤 담에 갇혀 있는 실험용 개들의 울음소리에서 강한 인상을 받고 쓴 작품이다. 작품의 앞부분과 뒷부분은 친구에게 들었던 이야기에서 나온 것이다. 실험용 개를 모두 도축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대학생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바로 다음 단편소설로는 <사자(死者)의 잘난 척>이 있는데, 이 작품 역시 의과대학 해부용 사체가 담긴 알코올 수조에서 새로운 알코올 수조로 사체를 옮기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의 이야기이다. <사자의 잘난 척>은 <기묘한 아르바이트>와 동일한 작품 주제와 변주를 가진 작품인데, 작가가 고쳐 쓰기라는 훈련이 필요해서 쓴 소설이다. 첫 작품, 두 번째 작품이 모두 150마리의 개를 도축하고, 사체를 다른 수조로 옮긴다는 발상과 전개 과정이 너무나 그로테스크하다.
정치적인 문제를 다룬 작품들도 여러 편이 있는데, 작품 속의 내용을 통해서 전후의 일본의 정치문제가 많은 갈등이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연작 <하마에게 물리다>는 우간다에서 하마에게 물린 하마용사에 대하여 풀어 나가는데, 이 소설의 배경에는 '아사마 산장'의 총격전이 있는데, '좌파적군'의 강화훈련으로 산악 베이스 캠프에서 일어난 린치 살인 사건이다.
나는 이번에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을 처음 읽었는데, 700쪽이 넘는 분량에 23편의 단편소설을 통해서 작가의 작품세계를 엿 볼 수 있었다.
** 2023년 3월, 오에 겐자부로는 88세로 세상을 떠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