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번의 팔월>의 작가 '최문희'는 2011년 '제1회 혼불문학상' 수상 작가이다. '혼불 문학상'은 <혼불>의 작가 최명희 추모문학상이다. 최명희의 대표작인 <혼불>은 10권으로 된 대하소설이다. 작가는 <혼불>을 1981년에 집필하기 시작하여 1994년에 완간했다. 1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심혈을 기울여서 쓴 작품이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말을 시대적 배경으로 전라도의 무너져 가는 종갓집을 중심으로 종부 3대와 상민들의 이야기를 썼다. 우연히 <혼불>을 읽게 됐는데, 작가인 최명희가 1998년 51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혼불문학상'이 생기면서 제1회 수상작이 '최문희' 작가의 <난설헌>이라고 하니 반가운 마음에 읽게 됐다. '최문희'작가는 1935년생인데, 1988년 월간문학 '돌무지'로 등단한다.
![](https://image.yes24.com/blogimage/blog/n/e/netsgo85/E2GHR1B3YSytVaVH.jpeg)
'혼불문학상' 수상작인 <난설헌>은 76세에, 이번에 출간된 <열여섯 번의 팔월>은 89세에 쓴 소설이다.
<열여섯 번의 팔월>의 시작은 강문혁 교수의 유고집 출판 기념회로 시작된다. 문혁은 서른 두 살에 하버드 대학교수로 초빙되었던 천재 영문학자이다. 그곳의 모든 혜택을 뿌리치고 고국에 돌아와서 모교의 강단에서 재직하던 중 사고로 생의 끝자락에 있다. 부동산 중개업으로 부를 가진 문혁의 아버지는 아들의 노트북의 몇 쪼가리 멘트를 연결하여 <푸름이 연두를 지우고>라는 산문집을 출간한다. 그 작업은 문혁의 단짝 친구인 경인이 맡아서 책을 만든다.
그리고 아직 생의 끈을 놓치 않은 문혁의 출판기념회에는 문혁의 친구인 배우정, 나주연(문혁 아버지의 후처), 나래 그리고 조안이 참석한다. 대충 이들이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이고 이들에 의해서 16년 전의 어느날 이야기가 밝혀진다.
문혁은 16년 전의 어두운 그림자로 인하여 그리고 아버지가 어머니를 정신병원에 보내서 죽게 만든 사건으로 항상 검은 슈트에 검은 넥타이를 맨 상복 차림으로 살고 있다. 아버지의 아들에 대한 무한한 기대를 안고서...
친구인 경인은 빈농의 장남으로 가난에 찌들고 동생들에 대한 책임감에 어깨가 무겁다. 등단을 하기는 했지만 그 이후에 별다른 작품을 쓰지 못한 채...
문혁의 아버지는 그런 경인에게 아들 옆에 빌붙어 사는 비렁뱅이, 대필작가 주제라는 폭언을 하곤한다.
그리고 그들의 학교 친구인 우정, 악바리로 살았기에 한의대에 편입까지 하게 된 문학 동아리 멤버인 조안까지 .
문혁과 아버지의 폭행으로 문혁이 식물상태로 19개월을 견디다가 죽게 되고, 문혁도 자살로 인생을 마감한다.
처음부터 여기까지 읽는 동안에는 행간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놓치고 그저 이야기를 따라 읽었다. 그런데, 두 사람의 죽음으로 밝혀지는 16년 전 팔월의 이야기.
![](https://image.yes24.com/blogimage/blog/n/e/netsgo85/IPoVz84JEtQXBKtS.jpeg)
그들의 고향인 양평 쌍돈 마을에서 일어난 조순숙이 벼랑바위에서 떨어져 죽은 사건이 이야기의 중심이었음을 알게 된다. 조순숙의 동생인 조안숙이 조안으로 개명하고 그들의 문학동아리에 합류하게 되는 이유. 조안은 언니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가진 문혁, 경인, 우정에게 물리적 복수를 하지 않는다. 그들이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만을 지켜 볼 뿐이다. 아니, 경인의 자살은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 생각된다. 16년간 마음에 담아두고 괴로워했던 날들이 죽음 보다 더 힘들었을 것이다.
![](https://image.yes24.com/blogimage/blog/n/e/netsgo85/FQKvYfNfbJakOx1r.png)
이 소설이 말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책 표지 뒷글인 작가의 말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책을 읽으면서 놓쳤던 많은 이야기가 책을 덮을 때에 느껴진다. 그래서 이 책을 한 번 읽은 후에 천천히 다시 한 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