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님의 서재
  • 설기와 살구
  • 이반디
  • 10,800원 (10%600)
  • 2026-04-20
  • : 855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둘째 어린이가 생각보다 일찍 한글을 읽기 시작하면서 첫째와는 다른 읽기 지도가 필요했어요. 지도라 함은 guidance보다는 map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요. 첫째 어린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그림책과 읽기책의 비중을 따져볼 때 꽤나 오랜 기간동안 그림책 비중이 훨씬 컸던 반면 둘째는 그렇지 않더라고요. '언니가 하는 건 뭐든 다 해보고 말거야' 정신으로 살아가는 둘째 어린이는 그림책도 여전히 재미있지만 언니가 읽는 책 같은 책(a.k.a. 읽기책)들을 읽어보려는 의지가 상당했어요. 한 뱃속에서 태어나고 성별도 같고, 같은 부모에게 양육되며 비슷한 읽기 환경을 가지고 있어도 두 아이는 정말 다른 읽기 경로를 따라가더라고요. 아마 그 읽기 환경에 포함되는 형제 관계라는 변수가 작용했기 때문이겠죠. 아이의 기질도 큰 몫을 했을테고요. 

  그렇게 첫째 어린이와 둘째 어린이가 읽기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시기가 달라지게 되면서, 저는 아이마다 각기 다른 기준을 두고 책을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학교 생활이나 학년에 따른 성장, 또래 관계에 따른 감수성 발달 등이 달랐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었어요. 그래서 이제는 어엿한 초등학생 어린이가 읽기에 재미를 붙이고 조금 더 긴 이야기로 나아갈 만한 읽기 책이 아닌, 처음 읽기책을 읽기 시작하는 아이가 부담없이 붙들고 읽어갈만한 책을 찾아야 했죠. 각 장(chapter)의 호흡이 너무 길지 않으면서도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그림과 글의 비중이 어린이 독자에게 부담스럽지 않고 가독성이 좋은 읽기 책을 골라보게 되었답니다. 

  반갑게도 최근 어린이책 출판 동향을 살펴보면 "첫 읽기책"을 키워드로 하는 시리즈가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 흐름은 아이들이 읽는 이야기책 분류에서 '0학년 동화'라는 기준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데서 생겨났다고 봅니다. 같은 학년의 아이라도 누군가는 아직 그림책의 넉넉한 서사를 더 편안하게 느끼고, 누군가는 글밥이 있는 이야기책으로 성큼 나아가고 싶어하니까요. 어린이 독자들의 읽기 발달과 성향, 취향은 학년별로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인지하고, 읽기 발달 단계에 따른 특징에 주목하게 된 것이죠. 


  얼마 전 시공주니어에서 [또박또박 첫 읽기] 시리즈가 새롭게 출간되었어요. 첫번째 책 <사랑하면 다 애기야>와 곧이어 출간된 두번째 책 <설기와 살구 - 학교 가는 날> 두 권입니다. 그중에서 둘째 어린이가 더 좋아할 것 같은 느낌이 오는 이 책 <설기와 살구 - 학교 가는 날>을 출판사 이벤트를 통해 운좋게 일찍이 읽어볼 수 있게 되었어요. 

  표지에는 하얀 강아지와 살구빛 고양이가 반짝거리는 눈망울을 가지고 등장합니다. 생김새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이 두 친구가 설기와 살구 같아요. 그런데 사람이 아니라 강아지와 고양이가 학교를 간다니, 그 학교는 동물학교인 걸까요? 아니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호기심을 가지고 책을 집어들어 봅니다. 

  설기와 살구 학교 가는 날은 6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연이어 일어나지만 분명하게 장을 나눌 수 있는 6개의 이야기들이 이어져 있지요. 장마다 10~20쪽 이내여서 읽기에 부담이 없고 삽화의 비중도 좀 있어서 첫 읽기책이라는 분류에 딱 어울리는 정도예요. 

  사실 많은 어른들은 아이들이 한글을 읽기 시작하면 '한글을 뗐다'고 생각하고 읽기 독립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이게 참 개구리 올챙이 적 기억 안나는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문해력 전문가들은 아이가 스스로 글자를 읽기 시작한 후에도 곁에 있는 어른이 책을 함께 읽어주는 시간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소리내어 읽어주는 경험은 아이의 어휘와 이해력, 읽기의 즐거움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지요. (출처: 국제문해력협회(ILA) 2018년 발간 자료 "The Power and Promise of Read-Alouds and Independent Reading")

  이왕 아이들의 읽기에 유익한 이야기를 찾는다면 이러한 효과에 일조하는 읽기 방법을 활용해 보면 좋겠죠. 이렇게 부담되지 않는 분량으로 장이 나누어진 이야기라면 장마다 번갈아 나누어 함께 읽는 방법도 아주 효과적이랍니다. 부모-자녀 간 읽기 시간이라면 양육자와 아이가 번갈아 읽을 수도 있고, 가족 구성원이 둘러앉아 나누어 읽을 수도 있어요. 여러 아이들이 함께 하는 북클럽이라면 아이들이 돌아가며 읽어도 좋답니다. (속닥속닥.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는 독서 모임에서 종종 이렇게 읽으니 아이들 반응과 집중도가 엄청났어요.)


  소미와 할머니는 함께 살아요. 하얀 강아지 설기와 살구색 고양이 살구도 함께 살지요. 오늘은 소미네 반 공개 수업이 있는 날인데, 아쉽게도 할머니는 가실 수가 없었어요.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일을 하시는 할머니가 일을 가셔야 했기 때문이에요. 그 말을 들은 설기는 과연 어떻게 했을까요?!

  공개 수업에 가보신 분이라면 알겠지만 아이들은 공개 수업 날 우리 부모님은 언제오나 목이 빠져라 기다리게 되잖아요. 그렇기에 소미의 마음이 어떨지 아이들이 자신의 상황을 떠올려보며 헤아려보긴 어렵지 않을 것 같아요. 

  설기와 살구는 아쉬워할 소미를 위해 평소와는 다르게 단정하게 차려입고 학교로 향합니다. 소미가 학교 가는 길을 따라가며 소미가 만났을 사람들을 만나 도움을 얻기도 하고,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여러 일들도 해보면서요. 이 장면은 올해 여덟살 저희집 둘째 어린이가 뽑은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었는데요. 설기와 살구가 짜장면을, 그것도 아주 맛있게 먹는 모습이 정말 웃겼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글밥이 조금씩 늘어나는 읽기책을 본다고 해서 아이들이 그림의 즐거움에서 멀어지는 것은 아니지요. 오히려 처음 읽기책을 읽는 어린이들에게 그림은 이야기의 흐름을 짐작하게 하고, 인물의 표정과 장면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끼도록 하며, 무엇보다 책장을 넘기는 즐거움을 붙들어 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한 페이지 가득 설기와 살구의 먹방이 펼쳐지는 이 장면처럼요. 글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대목이지만, 입가에 짜장 소스를 묻힌 채 정신없이 먹고 있는 두 친구의 모습이 그림으로 크게 펼쳐지는 순간 웃음은 훨씬 더 즉각적이고 선명해집니다. 저희집 둘째 어린이가 이 장면을 가장 재미있다고 꼽은 것도 아마 그런 이유였을 것 같아요. 

  소미가 매일 아침 지나갔을 학교 가는 길을 따라가며 소미가 만났을 사람들, 소미가 보았을 풍경들을 만난 설기와 살구는 이렇게 말합니다. 

살구는 소미에게 오래된 친구가 있다는 게 좋았습니다. 

(중략)

개 설기와 고양이 살구는 마음이 놓였습니다.

'소미가 만나는 사람들이 다정해서 좋아.'

  그런데 그 길이 마냥 다정하지만은 않았어요. 악당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소미가 등하교길에 설기와 살구가 만난 악당들을 만났으리라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그래도 이 길이 마냥 수월하지만은 않으리라는 짐작은 가능해지죠.

  그럼에도 슬기롭게 어려움을 헤쳐나온 설기와 살구는 악당들을 뒤로 하고 학교로 향하며 이렇게 생각합니다.


설기는 검은 개 따위 이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파리나 거미, 선인장 화분을 이기고 싶지 않은 것처럼요.

  경쟁이 만연하고 누구보다도 제일 잘나야 하는 것이 미덕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이런 문장을 보고 자랄 수 있다면, 이라고 생각하며 밑줄을 그었어요. 

  이런 저런 해프닝을 겪으며 학교에 도착한 설기와 살구. 옷매무새까지 매만지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처음 마주한 선생님은 살짝 놀라셨지만, 설기와 살구가 무안하지 않도록 상냥하게 교실 안으로 안내합니다.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어른이라니. 소미의 담임선생님이 이런 분이어서 설기와 살구가 그랬던 것처럼 저도 마음이 놓이더라고요. 


  이후에 설기와 살구는 소미네 반의 공개 수업을 참관합니다. 담임 선생님이 처음 그러셨던 것처럼 설기와 살구를 보고 당황한 학부모들도 마주하게 되고, 그럼에도 당당하게 바로 잡는 설기와 살구의 모습을 보니 소미가 수업 시간에 하는 발표에 고개가 끄덕여지더라고요. 이렇게 서로를 의지하고 사랑하는 가족이구나 하고요. 

한 번 울고 나서 열 번 재밌게 노는 힘!

어린이는 그런 힘이 있습니다.

마음에 꽉 찬 사랑만 있다면 말이지요.

작가의 말 중

  마음이 꽉 찰만큼 사랑하는 것, 그것만큼 중요한 건 또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이야기. 읽기라는 행위 자체의 발달만큼이나 그로 인한 아이들의 성장을 북돋워줄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며 읽었답니다. 이제 막 읽기의 즐거움을 알아가기 시작하는 아이들과 함께 꼭 읽어보시며 소미가 어떤 발표를 했는지도 알아보세요.😉



※ 출판사 서평이벤트를 통해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며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