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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랍 정리하는 날
  • 서선정
  • 18,000원 (10%1,000)
  • 2026-01-31
  • : 1,745

 봄볕 출판사의 신간그림책 <서랍 정리하는 날> 소식을 보고 너무나 기대되었어요. 배냇저고리와 함께 아이들이 아가 때 가장 잘 입었던 옷 한 벌씩은 아직 보관하고 있는, 미련 많은 맥시멀리스트인 저에게 서랍을 정리하는 일은 추억 여행이거든요. 서랍 속에 보관해둔 것들은 그때의 감각을 오롯이 살아나게 만드는 마법의 주문 같은 힘이 있다고 믿어요.

 초판 한정으로 이미지의 질감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후가공이 되어있다고 해서 더더욱 기다려졌습니다. 안그래도 그림책을 만지작 만지작 하면서 보는 저같은 사람에게 그림책의 특별한 촉감이라니 안 기다릴 이유가 없었죠. 

 이 그림책을 처음 만난 날, 저는 서랍 정리하는 날을 어떤 날이라고 명명해야할지 몰랐어요. 아직 아이들과 이 그림책을 볼 자신이 없었고요. 그렇게 저희는 새학기가 시작된 3월을 정신 없이 보냈습니다.

 

 엄마와 딸이 서랍 정리를 시작하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사하기 전이라 서랍을 한차례 정리하고 있지요. 서랍을 정리하다 보면 물건 하나하나마다 얽힌 이야기는 어찌나 많은지 그 이야기들을 떠올리다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서랍 정리하는 날은 하루종일 서랍을 정리하게 되는가봐요. ’어렸을 때 내가 엄청 좋아했‘던 드레스를 발견한 반가움에 ’그 옷 사달라고 울고불고 했‘었다는 엄마의 증언으로 멋쩍음이 더해지는 것처럼요.

 

바다로 갔던 가족 여행 때 입었던 옷, 쌀쌀해지면 꼭 꺼내입는 구름 잠옷, 계절이 바뀌길 기다리게 만드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코트 등 어느 하나 이야기가 없는 옷이 없네요. 


유행이 지나서 이제는 더이상 입지 않는 아빠의 커다란 바지는 가방이 되기도 하고, 강아지 아롱이의 옷이 되기도 하고, 아이의 옷이 되기도 해요. 물건도 이야기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에, 고민 끝에 리폼해서 소중한 지구도 같이 지키기도 하고요. 

 

한 장면을 가득 채운 멜빵바지에는 얼마나 이야기가 가득한지, 멜빵바지를 입고 그네를 타는 아이 모습이 자연스레 그려져요. 이 옷이 특별한 이유는 하나 더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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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멜빵바지를 입고 놀던 날 넘어져서 무릎에 구멍이 났었거든요. 상처가 난 곳에 연고를 발라 치료를 해주시듯 구멍이 난 곳에 아이가 직접 고른 새 모양을 덧대어 할머니가 멜빵바지를 새롭게 만들어 주셨대요. 멜빵바지의 둘레를 따라 펼쳐지는 아이의 기억에 이 옷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옷이 되는 듯 느껴져요.

서랍을 정리하다보니 할머니가 수선해주신 엄마의 코트도 꺼내보고, 할머니가 쓰시던 재봉틀과 반짇고리도 발견했어요. 아이들이 어릴 때는 반짇고리를 꺼내 쓸 일이 있어도 아이들이 자고 있을 때나 기관에 갔을 때 쓰다보니 잘 보여준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아이가 학교에 다니면서 바느질을 같이 하게 되니 반짇고리를 종종 꺼내어 쓰거든요. 알록달록한 반짇고리 내부를 살펴보는 건 저희집 아이들에게도 너무나 즐거운 일이거든요. 그림책 속 아이도 ”보물 상자 같아요.“라고 말하더라고요. 


서랍 속 보자기에 엄마와 아이의 배냇저고리가 함께 보관되어 있는 걸 발견했을 때는 엄마든 아이든 똑같이 아기로 태어나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라며 어른이 되어가고, 나이가 들어가며 인생을 살아간다는 점이 새삼 느껴져요. 어른이 되어 아이를 낳고 양육하며 아이와 내가 서로의 세상인 시기를 보내면서 부모님을 떠올리듯, 이야기 속 엄마도 그렇게 엄마의 엄마를 떠올렸을 것 같아요. 


이 그림책을 처음 보았을 때 아이들과 볼 자신이 없었던 이유는 이야기 속에서 서랍을 정리하는 내내 존재감이 분명했던 할머니는 얼마 전 하늘나라로 가셨다는 걸 알게 된 장면이었어요. 사실 시아버지이자 저희집 아이들의 할아버지께서도 작년에 하늘나라로 가셨거든요. 그리고 3월말즈음 처음으로 돌아온 아버님의 기일을 가족들이 다같이 모여 기렸습니다. 

 저는 이 그림책을 처음 볼 때 아이와 함께 이 그림책을 어떻게 봐야할지 조금 걱정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얼마전 아이들과 함께 할아버지의 첫 기일을 함께 보내며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함께 나누는 것이 슬프기만 한 일이 아니라는걸 직접 느끼고나니 이 그림책은 오히려 위로로 느껴졌어요. 그리고 아이와 함께 볼 용기가 생겼지요. 가족들, 아이들과 함께 할아버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서로에게 위로가 되더라고요. 세상에 없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들의 기억에 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서로에게서 확인하는 일이었던 것 같기도 해요.


 그림책 속 아이가 ”할머니와 엄마, 나 우리 셋은 할머니 바늘땀처럼 촘촘하게 이어져 있“다고 느끼며 할머니의 비법만두를 우리가족만의 레시피로 즐기는 것처럼요.


 그렇게 이 그림책은 저희 가족에게 사랑하는 이를 잘 기억하는 방법이자, 사랑하는 사람을 추억하는 일이 알록달록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책이 되었습니다.


※ 출판사 서평이벤트를 통해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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