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생물다양성'이라는 말은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기후환경 주제가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고, 이러한 사회의 변화에 따라 교육에 있어서도 그 흐름이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에요. 아이들도 아마 어딘가에서 들어본 적이 있고, 학교에서도 한 번쯤은 마주쳤을 법한 단어입니다. 그런데 막상 이 말을 내 언어로 설명해 보라고 하면,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생각보다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을 거예요. 익숙한 듯하지만 선명하지는 않은 개념. 알고는 있지만 아직 내 것이 되지 않은 것. 아마 많은 아이들에게도 '생물다양성'은 그런 방식으로 머물러 있을 수 있는 말입니다. 핵심은 분명하지만, 포괄할 수 있는 내용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이에요.
많은 분들이 그러시겠지만, 저는 아이들과 함께 읽을 책을 볼 때 그 책이 정보를 얼마나 많이 담고 있는지만을 보게 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보다 먼저 보게 되는 것은 이 책이 아이에게 질문을 남기는지, 읽는 즐거움 속에서 생각이 자라날 자리를 만들어 주는지입니다. 교과와 연결된 책이라면 더더욱 그렇죠. 배우는 일이 원래 세상을 이해해 가는 일인데, 어느 순간 교과 공부는 너무 쉽게 딱딱해지고, 흥미로운 주제조차 암기해야 할 내용처럼 느껴질 수 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친절한 교과 씨 생물다양성으로 수다 떨다>는 무척 반가운 책이었습니다. '생물다양성'이라는 다소 어렵고 방대하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를 억지로 설명하거나 가르치려 들기보다, 제목 그대로 함께 수다를 떨 듯 편안하게 풀어갑니다. 그런데 이 책의 좋은 점은, 그 수다가 그저 가볍게 흘러가버리지 않는다는 데 있어요. 부담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아, 그래서 이게 중요한 거였구나'하고 마음 속에 또렷한 느낌표가 찍힙니다.
그래서 저에게 이 책은 '수다를 넘어선 느낌표'로 남는다고 말할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교과 공부가 이렇게 시작될 수 있다면, 아이들에게 배움은 훨씬 덜 부담스럽고 더 생생한 일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어른인 양육자들에게도 아이들이 요즘 배우는 교과 공부를 다시 흥미롭게 만나게 되는 경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직 생물 교사로 일하고 있는 이고은 선생님이 쓰신 이 책은 총 8장의 주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자칫 추상적으로만 남을 수 있는 '생물다양성'을 우리의 생활 속에서 느낄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풀어내고 있죠. 우리가 흔히 듣는 '단일 민족'이라는 표현에서, 일상에서 늘 보고 듣고 먹는 꿀벌과 모기와 바나나에서, 봄이면 항상 피어나는 벚꽃에서, 하루에 세 번 마주하는 밥상에서, 뉴스 기사로 심심치 않게 보게 되는 생태 통로에서 질문을 건넵니다.
총 8개의 장에는 장마다 3-4개의 소주제가 다루어지고, 각 소주제가 다루어지는 절은 동일한 형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어요. 각 절이 하나의 수업 주제가 될 수 있도록 잘 짜여져 있습니다. 각 절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살펴볼게요.
1. 질문에서 시작하고, 일러스트로 주제 흥미도 높이기
각 절은 교과 개념을 설명하기에 앞서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거나 흥미로운 생각 거리를 제시하면서 시작합니다. 가장 첫 번째 절은 우리나라의 장점처럼 도덕 교과서에 늘 실리곤 했던 '단일 민족'이 좋은 게 아닐 수 있다는 흥미로운 생각 거리를 제안하면서 시작하죠. 그리고 첫 페이지에는 해당 절에서 다루어질 내용을 일러스트로 요약하고 있는데, 어떤 내용일지 추측해 보며 이야기를 나눠 볼 수 있어요.
2. 3페이지 내외의 주제글 읽기
그리고나서 대략 3페이지 내외의 주제글이 이어집니다. 첫 번째 절에서는 단일 민족이 가질 수 있는 생물학적인 위험성과 다양한 유전적 다양성이 높아질 때의 전략적 유리함을 설명하고 있죠. 병원체라는 핵심 개념을 설명하며 유전적 다양성이 부족한 사회에서는 전염병이나 환경 변화에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을 여러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두 장이 채 되지 않는 분량이라 부담이 없는데, 핵심 단어를 중심으로 교과 내용을 잘 담고 있어서 이 주제글로도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3. 핵심 단어 설명, 지식 확장, 토의와 토론으로 연결하기
주제글에서 여러 교과 개념이 다루어지면서 혹시 짧은 글이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울까 걱정할 필요는 없겠더라고요. 주제글 이후에 뒤이어서 좀 더 친절하게 핵심 단어를 설명해주는 꼭지가 나오고, 주제글에서 다루어진 사례에서 확장하여 이해할 수 있는 꼭지가 나옵니다. 이후에 설명하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인 토의 토론 주제가 한 꼭지씩 나오는데요. 저는 이 부분을 보고는 현재 운영 중인 독서모임 친구들과 고학년 때 꼭 이 책을 함께 봐야겠다고 생각했답니다.
"교과 공부라고 느끼기에 앞서..."
생물다양성이라고 했을 때, 꼭 인간만이 아닌 방대한 자연을 떠올리기 쉬운데요. 사실 인간도 전 지구적 자연의 일부죠. 이 책에서는 그 연결고리를 지속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언급하고 있어요. 비슷하고 익숙한 게 편하다고 생각하기 쉬운 일상에서 "생각과 경험, 문제를 푸는 방식이 다른 이들과 함께 할 때" 우리 스스로가 "더 유연하고 튼튼한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해보도록 하죠.
교과 공부를 하다보면 여러 가지 새로운 개념 속에서 이런 공부가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 이 많은걸 해야하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어요. 아마도 많은 어른들도 그랬을테고,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그러고 있을 거예요. 그런데 친절한 교과 씨 책을 읽으면서는 생물 다양성과 우리의 일상 생활이 맞닿는 지점을 인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느낌이어서 배움의 동기부여가 되겠더라고요.
📌 이 책의 첫 번째 장점
책을 활용할 때 이 책의 장점이 되는 특징을 알면 더 알차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 장점은 토의 토론 주제가 제시된다는 점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입시를 준비할 때 교과 관련 토론, 논술 능력이 정말 중요하다는 건 선생님들 뿐만 아니라 많은 학부모님도 공감할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흔히 통합교과논술이라고 불리는데요. 20년 전 제가 입시를 치를 때도 중요했고, 이후로도 그 중요성은 더더욱 커지고 있죠.
과학 교과 내용이라고 해서 과학 관련 진로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에게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앞서 이야기했지만 과학도 모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이해하는 배움이니까요. 과학 교과에서 시작하지만, 다양한 가치를 함께 짚으며 철학적 토론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는 질문들이 각 절마다 배치가 되어있다는 점이 이 책의 정말 커다란 장점이라고 봅니다.
📌 이 책의 두 번째 장점
두번째 장점은 한 장이 끝날 때마다 나오는 '추천 도서' 코너예요. 최근에 출간된 청소년 도서도 있고, 이 분야를 연구한다면 모두가 한 번쯤 읽어보았을 해당 분야의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도서도 있습니다. 생활기록부 독서 활동을 할 때에 이런 추천 도서 코너의 도움을 받는다면 정말 쉽게 나의 관심 분야를 연구하고 기록하고, 확장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이 책의 세 번째 장점
세번째 장점은 특히 선생님들에게 큰 장점이 될 것 같은데요. 카시오페아 출판사 홈페이지로 들어가시면 <친절한 교과 씨 생물다양성으로 수다 떨다>의 수업 지도안이 제공되어 있습니다. 수업계획안 뿐만 아니라 주제 관련 활동, 활동 이후에 쓸 수 있는 활동지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꼼꼼하고, 알차요. 이 수업 지도안을 보니 이후에 나올 친절한 교과 씨 시리즈 책들이 기대도 되고 기다려지더라고요.
📌 이 책의 네 번째 장점
네번째 장점은 이미 여러번 이야기했지만 우리 생활과 밀접한 주제를 다룬다는 점입니다. 아이들 간식으로 빼놓을 수 없는 바나나가 멸종할 뻔한 위기에 대해서, 이제 곧 고개만 들면 눈 앞에 보일 벚꽃나무에 대해서 말그대로 수다를 떨 수 있는거죠. 그러면서도 품종, 지표종 같은 교과 관련 개념들도 이해하기 쉬워질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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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이라는 주제는 자칫 거대하고 막연해서, 개인의 영향력이 미미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고은 선생님은 맺음말에서 잊지 않고 "작은 실천의 누적"을 이야기합니다. 이 표현이 참 좋더라고요.
옛날처럼 이과와 문과를 나누던 시절에도 두 영역을 모두 아우르는 인재는 늘 '인재'로 여겨졌지요. 이제는 그런 구분 자체가 점점 무의미해진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고, 우리 아이들에게는 그것이 더욱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어른으로서, 아이들이 어느 교과에서 어느 주제를 배우든 그것을나의 생활과 무관한 지식으로만 여기지 않고, 삶과 연결된 배움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출판사 서포터즈 이벤트로 도서를 제공받아 활용하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