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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나의 편지
  • 나이
  • 15,120원 (10%840)
  • 2026-02-25
  • : 4,495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님들은 모두 이해하실텐데요.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아이들도 나를 키우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속도와 방식을 존중하게 되고, 그 자체의 모습을 소중히 여기고 인정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죠.  나의 시선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시선도 함께 따라가다 보면 아이들이 아니었으면 들여다보지 못했을, 귀기울여 보지 못했을, 느껴보지 못했을 일들도 참 많구나 싶기도 하고요. 

  저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들이 저의 감각을 깨우는구나 싶을 때가 종종 있어요. 듣지 못했던 소리, 보지 못했던 빛, 느껴보지 못했던 촉감, 멈추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바람, 어제와는 다른 온도와 습도 같은 것들을 느낄 때요. 그래서 계절을 더욱 더 느끼게 되는 것 같고요.


  창비그림책상 대상을 받은 <마나의 편지>가 그런 이야기들을 담은 그림책이라고 생각했어요. 마나가 일곱숭아와 함께 보내는 사계절을 담은 편지를 하나씩 읽어 가면서 제가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여러 계절들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림책은 고래섬에 살고 있는 마나에게서 온 네 통의 편지로 이루어져 있어요. 첫번째 편지는 마나가 여름을 보내고 보낸 편지예요. 편지를 여는 데 복숭아 향이 난다니! 기억 속 가장 맛있게 먹었던 복숭아의 달콤한 향이 떠올라요. 사실 제가 복숭아를 진짜진짜 좋아하는데, 편지를 열면서 복숭아 향을 떠올리면서 보니 코끝을 간질이는 것 같은 좋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마나는 고래섬에 있는 복숭아 나무가 어느 날 매서운 바람에 흔들리면서 떨어뜨린 복숭아들을 만나게 되어요. 처음엔 복숭아 나무가 선물해 준 과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마나가 한 입 베어물려는 순간 복숭아들이 글쎄 하나둘씩 깨어나는 게 아니겠어요. 그때부터 마나는 숭아들과 함께 하루 하루를 보내게 되지요.  마나가 숭아들을 하나 하나 살펴보니 숭아마다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었어요. 어떤 숭아는 주근깨처럼 점이 보이고, 어떤 숭아는 솜털이 좀 더 길게 나온 것이 보이고, 어떤 숭아는 쿨쿨 잘 자고, 어떤 숭아는 눈물을 많이 흘리더라는거죠. 그래서 마나는 숭아들에게 각각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어요. 깨숭아, 먹숭아, 털숭아, 울숭아, 잠숭아, 삐숭아라고요. 마나가 숭아들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부르자, 숭아들은 마치 자기 이름을 귀 기울여 듣고싶기라도 한 듯 머리에서 귀가 쫑긋 솟아났죠.

  이름을 지어준다는 건 나에게 어떠한 의미가 생긴다는 거잖아요. 김춘수 시인의 <꽃>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라고 한 것처럼요. 사실은 누군가의 모습이 다른 사람들도 모두 가진 보편적인 모습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눈여겨 보고, 어여쁜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그 자체의 의미가 생기게 되는 것 같아요. 아이를 키우면서는 그런 순간들이 더더욱 많은 것 같고요. 그렇게 생각하게 되면서 아이들의 서로 다른 속도나 방식, 특징이나 흥미를 발견하고, 인정하는 과정이 아이와 나를 서로 다른 존재로 인식하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림책에서는 네 개의 계절이 모두 담겨있는데, 네 계절 모두 각각의 재미난 이야기로 찾아와요. 마나답고, 일곱 숭아들 답게요! 궁금하신 분들은 그림책을 꼭 직접 보세요.😉

  겨울 이후 찾아온 계절은 겨울 이후에 찾아와서 더욱 반가운 봄이에요. 전세계의 많은 문화권에서 봄을 맞이하는 시기에 전통 축제를 하곤 한다는 사실은, 아마도 봄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비슷한 마음을 나누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마나와 숭아들도 꽃을 피운 복숭아나무를 축하하기 위해 모여 같이 춤을 추기도 하죠. 인상적이었던건 고래섬의 자연과 늘 함께하는 마나와 숭아들인데도, 나무는 꽃과 향기를 나누어준다고 표현을 하더라고요. 늘 누릴 수 있는 것에도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기에 마나와 숭아들은 이렇게 온 계절을 감각하고 더욱더 풍성하게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장면이었답니다.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보는 어른들도, 함께 보는 어른이 그림책을 읽어주는 시간을 즐길 아이들도 다같이 행복해질 그림책이었어요. 장담하건대 그림책을 보다보면 아이들도 분명 자신들의 계절을 꺼내 보일 거예요. 


※ 출판사 서평이벤트를 통해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활용하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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