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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하는 몽상가
  • 우먼 인 캐빈 10
  • 루스 웨어
  • 17,820원 (10%990)
  • 2025-09-17
  • : 1,775


(스포 없음)


스릴러를 언제 읽는 게 가장 좋을까. 많은 이들이 한여름을 생각하겠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점, 아침저녁 약간의 찬바람이 느껴질 즈음이 가장 적기인 것 같다. 이야기가 몰고 온 것인지, 아니면 계절이 몰고 온 것인지 모를 찬 기운이 소설의 서늘함을 조금 더 실감 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우먼 인 캐빈 10》을 적기에 읽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스릴러의 기본 조건인 그 어디로도 도망갈 수 없는 고립된 장소로 ‘오로라호’라는 배를 선택했는데, 그 장소가 어둡고 장엄한 바다 위 얼굴을 쉴 새 없이 때리는 찬바람을 상상하게 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는 여름의 따듯한 바람이 물러가고 다가온 가을의 찬 기운들을 오롯이 맛볼 수 있었다.




읽는 내내 주인공 로라에게 감정 이입했고, 한껏 응원했다. 옳다고 믿는 것을 향해 열심히 움직이는 시기에 ‘가만히 있으라’고 윽박당한 장면, 가장 믿었던 공간이나 사람에게서 배신당한 경험, 누구도 나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 순간들, 나조차도 나를 믿을 수 없는 의심과 고립들을 나 또한 숱하게 경험해보았기 때문이다.


동시에 로라가 보여준 용기와 연대는 그간 수많은 어려움 앞에 좌절했던 나에게 또 다른 가능성을 심어주었다. 수많은 장식과 거짓 앞에서도, 비록 나 또한 가장 연약한 순간이라 할지라도 어떻게든 의연할 수 있다면 아무리 복잡한 미로라 해도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가능성 말이다.


결론은 또 어떤가. 스릴러 소설의 묘미는 반전이니 리뷰에서 언급할 수 없지만, 내 예상을 무참히 깨버린 결론을 본 후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책의 기승전결을 완벽하게 만들어냈다고 느꼈고, 이 책이 킬링타임용 소설로 치부되기엔 아깝다고 생각했다. 하긴, 그러니 이 책이 영화화되었겠지.


이 책의 판권에는 첫 출간인 것처럼 나와 있지만 사실은 개정판이다. 아마 넷플릭스 영화로 개봉하면서 새로운 옷을 다시 입고 새 출판사에서 다시 나온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10여 년쯤 전에 이전 버전을 먼저 읽었다. 저자의 첫 책인 《인 어 다크 다크 우드》를 재미있게 봤던지라 《우먼》 또한 호기롭게 집어 들었고, 이후로는 차기작 소식이 뜸해 머릿속에서 잊어버린 작가였다. 전작도 그렇지만 이 책 또한 언젠가 영화로 나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발 빠른 넷플릭스에서 나왔으니 영화는 과연 소설만큼의 반전과 감동을 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꿈에서 그녀는 포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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