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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남편이 커다란 상자 하나를 안고 퇴근했다.
“그게 뭐야?”
“에어프라이어. 선물받았어.”
순간 흠칫. 에어프라이어? 고구마 구워 먹는 그거?
이렇게 우리 집에도 혁명의 조리기구가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조작 버튼은 몇 개 안 되는데,
사용해본 적이 없으니, 얘를 어찌해야 할지 난감했다.
세상에, 덩치는 왜 저렇게 무식하게 크며,
안에는 또 엄청 작네? 여기가 뭘 해먹지?
조리기구에 관심이 없었기에 난감했다.
남들은 이 기구로 뭐 맛있는 거 해먹나 싶어서 남들이 주로 해먹는 요리들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았다.
그러나 대부분 냉동 요리어서 우리 집 입맛에 맞는 요리를 찾기는 어려웠고,
감자튀김을 만드느니, 군만두를 만드느니 몇몇 레시피가 등장하는데
먹고 싶은 요리가 별로 없었다는 게 함정이었음;;
우리 집은 냉동요리도 잘 안 먹는데ㅠㅠ 이거 왜 들고 왔어 남편!
원망하는 마음으로
팔아버리겠다고 선언했다가 엄청 구박받고(?)
결국 고구마나 구워 먹기를 한두 번.
이후로는 의자 밑 구석에 처박아놓았다.
우리 집에서는 먼지만 켜켜이 쌓이고 있는 쟤를 어찌하나.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책 <에어프라이어 만능 레시피북>.
제목 보자마자 ‘이거다’ 싶었음.
200여 페이지 안에 에어프라이어로 할 수 있는 70여 가지 요리가 망라해 있었다.
인터넷에서 자주 보았던 삼겹살, 감자튀김, 군만두뿐 아니라
밑반찬으로 해먹을 만한 김 굽는 법, 멸치 마늘채 볶음부터
분위기 낼 때 먹을 만한 거한 한상차림인 연어스테이크, 찹스테이크, 등갈비립, 훈제오리구이,
아이들 간식으로 좋을 밥피자, 치즈만두, 바나나튀김, 라면땅까지
고기 해물류부터 빵류, 채소류, 시판 제품 활용법까지
에어프라이어를 알뜰살뜰하게 다 활용할 수 있겠다.
여기 있는 요리 하나씩만 다 해먹어도
에어프라이어 산 비용 아깝지 않겠다.
만들 수 있을 만한 요리 몇 개에 택을 붙여놓고,
시간 날 때마다 하나씩 해먹는 재미가 있다.
고구마 굽는 기계였던 내 에어프라이어에서 피자도 만들어지고,
토스트도 나오고, 생선구이도 탄생했다.
일반 블로그에서는 볼 수 없던 조리 팁들도 유용했음.
종이포일 끄트머리를 잘라야 하는 거나,
한 그릇 안에 두 가지 요리를 만들 수 있는 팁들은
다른 블로그 등에서는 볼 수 없던 정보들.
종이포일 자르지 않고 그냥 넣으면 열선에 닿아 불이 날 수도 있다는데,
하마터면 고구마 먹다가 집에 불지를 뻔했다... ㅋ
이 책 덕분에 애물단지 취급하던 에어프라이어가 기사회생했다.
당분간 이 책은 우리 집 부엌 옆에 24시간 대기할 것 같다.
내일은 벌집삼겹살과 통감자구이를 해먹어야지!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