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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
  • 일본 엄마의 힘
  • 안민정
  • 11,520원 (10%640)
  • 2015-12-17
  • : 550

 

요즘 자연주의 출산이 유행이라고 한다. 자연스러운 탄생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자연스러운 양육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나는 웬만하면 책의 힘을 빌리지 않고 육아를 해나가려고 노력한다. 육아는 고스란히 몸으로 때우는 노동으로도 힘이 들지만, 주변에서 감놔라 배놔라 하는 참견 속에서 중심을 지키기가 더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은 습관으로 기적을 만드는 - 일본 엄마의 힘>은 표지를 보자마자 왜인지 꼭 한번 읽어보고 싶어졌다. 지리적으로는 참 가까운 나라, 역사적으로는 가까이 하기 어려운 나라 일본. 하지만 여행이나 문화생활을 통해 개인적으로 접했던 일본인들의 인상은 "예의 바름"이었다. 어떨 때는 융통성이 없을 정도로 원칙적이지만, 그래도 늘 상대방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충분히 본받을만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에는 아이를 예의바르게 키우기 위한 '작은 습관들'을 알려주는 팁이 있을 것만 같았다. 공부 잘하고 능력이 뛰어난 아이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고 올곧은 아이로 자랐으면 하는 게 나름의 육아 철학이라면 철학이라서.

 

이 책은 일본 영화나 TV를 통해 어렴풋이 알고 보았던, 그리고 궁금해했던 이야기들로 가볍게 시작한다. 보육원의 아이들은 왜 모두 맨발인지, 정말 한겨울에도 반바지를 입는지, 초등학생은 모두 무거운 란도셀을 매야만 하는 건지 -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는 조금 과한 규칙들이지 않나 생각했던 게 사실이지만 이 규칙들은 모두 아이 개인의 안전을 위해, 아이의 독립심을 위해, 오랫동안 몸담을 공동체에서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한 것들이었다.

 

아직 공공장소예절을 모를 때부터 철저하게 아이에게 메이와쿠 정신 -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고 습관적으로 가르치는 부분에서는, 일본의 어른들은 아이를 돌보아야 할 양육의 대상으로 보기 이전에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성장시키고 있다고 느꼈다. 우리 처럼 대학 진학률이 높지 않아 고등학교를 졸업 후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젊은 층이 많은 일본. 정신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부모로부터 일찍 독립해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습이 일반적인 것은 그 메이와쿠 정신의 연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려주는 부분이었다. 취미생활이 발달한 일본답게, 일본 엄마는 출산과 육아를 거치면서도 그 인생에 그냥 휩쓸려가지 않고 자신만의 취미생활, 그리고 시간을 만들어 나간다. "육아는 힘든것"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것
" "내 시간은 절대 없는 것" 이라는 인상이 만연한 요즘에 그런 일본엄마의 모습은 같은 육아가 맞나 싶을 정도로 낭만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일본 엄마의 시간은 하루 30시간인가? 싶을 만큼. 하지만 일의 우선순위에 따라 중요한 것들을 해놓고 지금 당장 중요하지 않은 것은 어느정도 양보하고 나의 시간을 가지는 부분에서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아이를 위해 엄마의 희생을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와는 달리, 일본 엄마의 육아는 '함께 살아가는 가족'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가능한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사립초등학교 면접에 부모까지 함께 면접을 보는 등의 과한 교육열도 일본에도 존재하고, 아이의 학교 생활에 따라 엄마의 옷차림까지 신경써야 하는 디테일까지 - 한편으로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작은 습관으로 기적을 만드는 - 일본 엄마의 힘>에서 좋았던 점은 육아가 어떤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일상"이고, 아이가 어떤 절대적인 존재라기 보다는 "우리 가족의 한 사람"으로 성장시켜 나가는 흐름이었다. 그래야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 엄마도 육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더욱 즐겁게, 행복하게 해나갈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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