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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
  • 에브리데이
  • 데이비드 리바이선
  • 12,600원 (10%700)
  • 2015-08-20
  • : 655

매일 아침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나는 주인공 A와, A가 사랑한 리애넌이라는 소녀의 이야기.

 

다른 이들처럼 그저 평범한 타임라인으로 살아갈 수 없어서 갈등을 겪는 이야기들은 몇 있었지만, 날마다 깨어나는 몸이 다른 사람이라는 컨셉은, 조금은 으스스한 초자연물이나 스릴러 물에서 비슷한걸 보긴 봤어도(신체 강탈자 컨셉으로;;;) 로맨스로 풀어낸 이야기는 처음 봤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에브리데이>를 끝까지 읽게 한 힘은, 어떤 결말을 맺을지 궁금해진 로맨스의 달달함이 아니었다. 데이비드 리바이선이라는 작가의 이력을 보면 청소년 문학 분야의 깊은 조예를 엿볼 수 있는데, 어쩌면 사명감이라 불러도 좋을만한, 10대를 향한, 그리고 세상을 향한 온기가 있지만 현실적이고도, 희망을 놓지 않으려 하는 어떤 태도가 바로 그 힘이었다.

 

솔직히 나에게 '10대의 인생'이라는 키워드가 던져졌을 때 할 수 있는 상상의 결과물은, 그렇게 많지는 않다. 매일 모습이 바뀌는 17살의 A가 한 여자 아이를 사랑하게 되었는데, "그래서 책 한 권 동안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궁금했던 것도 사실. 하지만 작가는 매일 다른 사람의 몸에서 태어나는 A의 처지를 빌려 10대가 처할 수 있는 모든 상황들을 - 세상의 축소판으로 모험담을 펼쳐간다. 풋내 나는 사랑 이야기는 그 여행을 '거들 뿐'이다 ㅎㅎ

 

평범한 모범생, 보통의 날라리부터 시작해 방 한발짝 걸어나가지 못하는 마약중독자, 종교생활에 충실한 아이, 너무 뚱뚱한 아이, 거식증에 걸린 아이, 흑인, 헤비메탈 광, 청소노동을 하는 남미 출신 이민자, 게이, 레즈비언, 운동선수, 형제가 많은 아이, 자살충동에 시달리고 있는 아이, 악기를 연주하는 아이, 몸이 아픈 아이 - A의 몸이 바뀔 때마다 A는 리애넌을 다시 찾아가기 위해 현재 처해있는 상황들을 이해하고 해쳐나가야 하는 필연적인 과정을 거친다.

 

다행히 극의 규칙은 그가 다른 몸으로 이동할 때 적어도 주 밖을 벗어나지는 않아, 아무리 멀어도 리애넌에게서 4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있을 수 있는데, 바뀐 몸이 차가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몸상태 또는 가족의 상태가 어떤지에 따라 A는 리애넌을 만날 수 있을지 아닌지가 결정된다.

 

그렇게 다양한 성격, 취미, 인종, 빈부격차, 건강상태, 성정체성의 A가 거쳐간 많은 인물들과 함께 하다보면, 온갖 인간군상 안에서 어느새 내 입장을 헤아려보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다. 그거야 말로 정말 뻔한 흐름이다만, <에브리데이>를 읽을 모두가 아마도 그럴 것 같다. A의 입장에서 보는 내 모습은 어떨까, 그중에서 감사할 것, 아니면 불만에 차있을 것, 내가 누군가를 판단했던 시선들, 내가 용기내지 못해 후회할만한 것들 -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중요한 부분이 아마 이쪽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굳이 독자가 10대는 아니더라도.

 

하루 이상 그 몸 안에 있을 수 없는 A의, 리애넌을 위한 최후의 선택은 그야말로 현실적이었다. 보통 이런 종류의 플롯이라면 주인공은 유혹과 윤리의 사이에서 꽤 많은 갈등을 하고, 한번 엎어져도 보고, 실수도 하곤 하는데, <에브리데이>에서 A는 참 올곧아서 그런 모험은 감수하지 않았다. 주인공도 주요 독자 타킷이 청소년이라는 전제에 맺어진 결론일지 모르지만, 30대의 시선으로는 그런 흔들림 없는 선택이 한편으로 너무 비현실적이기도 하다. 최소한 그, 목사를 한 번 쯤은 찾아갈 줄 알았는데. (더 이상은 스포일러가 될것 같아서 이만;)

 

이렇게 남는 약간의 아쉬움은 아마도 리애넌의 입장에서 쓰여진 다른 소설 <어나더 데이>를 통해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도 같다 ㅎㅎ 오랜만에 읽은 무게는 가볍지만 내용은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았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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