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책 읽는 깨보
  • 최소한의 인문학
  • 이재은
  • 12,420원 (10%690)
  • 2017-07-17
  • : 715

이과형 인재를 위한 말랑한 지식, 4차 산업혁명 시대, 인문학적 소양, 융합적 인간을 위한 가장 쉬운 교양서라는 카피가 가득한 책이다. 쉽고 재미있는 인문학을 표방하는 책은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쉽고 재미있는 책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 책도 절대 말랑하지 않다. 개인으로 출발하여 종교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내용이 한 책에 담다 보니 수많은 철학과 사회문제 등이 혼재되어 있다. 자칫하다 길을 잃기 쉽다. 저자는 과학의 시대에서 인문학을 배제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한다. 인문학 없이는 과학의 발전이 인류에 종속되지 않고 인류가 과학에 종속돼 버릴지 모른다고 주장한다. 4차 산업시대에 과학에 침몰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이란 무엇인가? 생각하지 않고 질문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독일 나치 수용소 아우슈비츠 학살 전범 칼 아돌프 아이히만, 그는 단지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의심하지 않은 죄' '생각하지 않은 죄' '행동하지 않은 죄'를 지었다. 생각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분명하게 보여주는 예다. 그것은 그만이 겪었던 문제는 아니다. 현재 우리도 생각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빠르게 더 빠르게를 외치고 패스트가 당연해진 시대에 살고 있다.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은 미디어와 자본의 힘일 것이다. 국가에는 반항해도 자본 앞에서는 반항할 수 없는 시대다.

생각은 나를 위한 것일 뿐 아니라 타인과 우리를 위한 것이다. sns에 수많은 이웃을 거느려도 실상 혼자 밥을 먹는다. 혼자 먹는 밥상을 찍어 올리고 좋아요로 위로를 받는 시대다. 상처받지 않고 위로와 인정만을 갈구하는 시대에 산다. 나는 위로받고 인정받고 싶지만 타인에게는 냉정하고 공감하지 못한다. 어미를 잃은 심청이가 젖동냥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시대가 있었다. 모두가 아픈데 아무도 아프지 않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공동체다. 사람은 서로 신뢰하고 존중할 때 행복하다. 

유학에서 주장하는 대동사회, 불교의 불국토,  노자와 장자의 작은 나라, 기독교의 차별받지 않는 나라, 토마스 만의 유토피아, 이상적 세계가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얼마 전에 읽은 [오래된 미래]의 라다크를 생각해본다. 황량한 황무지에서 신뢰하고 협력하던 그들의 삶을 읽으며 우리가 꿈꾸는 공동체가 이런 곳이리라. 최저임금을 천원 올린 것을 두고 개인사업자들이나 기업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여론을 호도하는  보수언론들을 본다. 그들 뒤에 숨은 권력을 본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생각하는 사람들일지 모른다. 그래서 우리에게 최소한의 인문학이 필요하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