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자금이 없습니다. 제목부터 공감이 간다. 남 얘기가 아니다. 나도 노후자금이 없다. 노후자금은 고사하고 현재 먹고 사는 것도 빠듯한 신세다. 집세는 몇 년 사이 두 배 넘게 올랐다. 교통비부터 식비까지 월급 말고 오르지 않은 것이 없다. 통장에 돈이 들어오자마자 빠져나가기 바쁘다. 장수는 더 이상 복이 아니다. 고령화가 급속화 되면서 노령 빈곤율이 50%가 넘었다.
일본 소설 특유의 가볍고 유머러스한 이야기다. 평범한 50대 주부 아츠코는 맞벌이를 한다. 자신은 노후 준비를 착실하게 하고 있다고 믿는다. 아츠코와 남편은 거의 동시에 구조조정을 당한다. 시아버지 장례비와 딸 결혼 비용으로 노후자금은 점점 줄어든다. 아츠코의 친구 사츠키는 작은 제과점을 운영하며 살뜰하게 살아간다. 아츠코는 사츠키의 검소하지만 지혜로운 생활 모습을 부러워한다. 사츠키의 제과점도 대형마트에 밀려 점점 어려워진다. 실업자 신세가 된 아츠코는 고급 요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시어머니를 집으로 모시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사츠키가 아츠코에게 은밀한 제안을 하고 아츠코의 시어머니는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인다.
소설은 가볍고 유쾌하지만 경제 침체와 실업, 비정규직, 노후문제, 부모부양 문제, 미니멀라이프까지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 현상을 잘 녹여냈다. 아츠코와 사츠키는 한 달에 한 번 만나 디저트 가게에서 차 한 잔 하는 것조차 사치가 아닌가 고민을 한다.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미노루씨나 꽃꽂이 강사 죠카사키씨도 각자의 어려움에 처해있다. 우리는 나만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나 갈등하고 힘들어한다. 누구도 아무 문제없이 살 수 없다. 누구나 겪을 수 있고 누군가는 겪고 있는 문제다.
소설의 결말은 해피앤딩인지 아니지 모르겠다. 아츠코는 사무직을 구하려 노력하지만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만족해야 한다. 사츠키는 도시를 떠나 고향으로 내려가 정착하려한다. 시어머니와 시누이는 화해를 한다. 사회는 변한 것이 없다. 우리는 어떻게든 살아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사람 사는 것은 어디나 똑같다. 평범한 직장맘인 아츠코나 미니멀라이프의 선두주자쯤 되는 사츠키나 살아내기 위해 최선을 선택했으리라. 노후자금이 없어도 말이다. 그나저나 노후자금은 어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