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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깨보
  •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 류시화
  • 12,600원 (10%700)
  • 2017-02-15
  • : 19,727

책을 받고 한동안 펼치지 못했다. 첫 장을 읽고 그만 울컥하고 말아서 다시 펼치기가 망설여졌다. 만약 서평이라는 숙제가 없었다면 봄을 지내고 읽었을 것이다.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는 집에서 떠날 준비를 해야 하는 요즘 머리며 정신이며 몸이며 마음이며 발이 땅에 붙지 않고 구름 위를 떠다니는  느낌이 든다.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는 작은 집은 철거를 앞둔 30년 된 아파트다. 가난한 사람들을 몰아내야 돈이 되는 자본주의의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퀘렌시아 - 자아 회복의 장소를 찾아서  첫 페이지를 읽고 바로 진단이 나왔던 것이다. 이곳이 나의 퀘렌시아였다는 것. 나의 회복의 장소,  이곳에 있으면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었다.  책을 덮었다. 더 이상 진도를 나갈 수 없었다. 마음을 추스르고 나서야 책을 읽었다.  류시화의 전작들이 그러했듯 인생의 선문답 같은 책이다. 숙제를 하기 싫어 계속 미루어대는 어린아이처럼 저녁을 먹고 잠자리를 준비하고 나서야 책을 펼친다. 인생이란 질문에 밤을 잊었다. 다 읽고 나서야 책을 덮었다. 새벽 2시다.
  인생의 답을 찾아 여행 같은 삶을 살았던 저자의 질문과 자신이 찾은 답을 담담하게 펼친다. 저자의 질문에 답하기도 하고, 그의 답에 딴지를 걸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하면서 인생이란 질문을 되새긴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새로울 것 없다. 그런데 왜 새로울 것 없는 질문에 마음이 움직이는지 생각해본다.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라는 말에 잠시 머문다. 나는 경탄하는 삶을 살고 있지 못했다.  다가오는 모든 것에 이름을 익히느라 바빴고 그것을 설명하느라 바빴고, 인생이란 여행길에 당한 부당한 대우에 분노하느라 아름다운 경치를 놓쳤으며, 10가지 욕을 배우느라 아름다운 말 한마디 나누지 못했다.  외롭고 부당하고 분노했던 이유에 대해 알아갈 때마다 그래서 어떻게 살고 싶은가라 자문하다. 
  
'우리는 자신이 여행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여행이 우리를 만든다.'

 나는 어떤 여행을 계속할 것인가. 나를 살리고자 희생했던 많은 생명들에게 감사한다. 나로 인해 아파했을 많은 영혼들에게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인다. 내 삶을 가치있게 빛 내준 모든 선인들에게, 모든 책들에게, 모든 별들과 시인들에게 경탄한다.  내 창밖 마지막 봄을 보내는 목련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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