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바바라 오코너의 신작 소설이다.
찰리는 툭하면 주먹이 먼저 나가는 싸움닭이다. 싸움닭으로 불리며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아빠를 닮았다고 한다. 엄마는 우울증으로 하루 종일 샤워가운만 입은 채 침대에 누워 콜라만 홀짝인다. 사회복지사는 더 나은 양육환경을 위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언니는 친구의 집으로, 찰리는 시골 이모네 집으로 보내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까칠한 소녀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은 얼마나 착하고 멋진 이웃들인지 찰리가 인정하지 않을 뿐 큰 선물을 받은 것이라는 것, 뒷 이야기를 예상할 수 있는 수많은 장치들을 제공한다. 월트디즈니식 가족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주인공이 착하지 않아서 좋다. 착하고 긍정적이고 용감한 주인공이 되어 시련을 이겨내는 이야기 따위는 식상하기 마련이다. 긍정의 아이콘 [빨간 머리 앤]의 이야기의 반대버전이라고 하면 어울릴까. [빨간머리앤]을 읽으면서 앤의 무한 긍정에 내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면 찰리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찰리, 네 기분 이해해'라고 외치는 자신을 본다.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함으로 어느 누구의 친절도 싫으며 자신의 불행함을 널리 알리고 싶어하는 찰리의 모습은 10대의 나와 얼마나 닮아있는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지금의 나와도 비슷하다. 자신을 비웃는 친구의 정강이를 힘차게 차는 찰리의 모습에 안쓰러움보다는 통쾌함이 앞선다. '빨간 머리 앤'이 만나는 사람들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전했다면 찰리는 긍정소년 하워드와 이모와 이모부, 이웃들 덕분에 참 행복을 깨달아간다.
찰리는 단 하나의 소원을 매순간 빈다. 11시 11분에, 3마리 새가 나란히 앉아 있을 때, 샛별이 뜰 때 순간순간 자신의 소원을 빌지 않을 때가 없었다. 찰리는 자신의 소원을 비느라 자신을 위해 준비된 행복을 눈치 채지 못한다. 찰리가 빌고 빈 그 소원이 바로 자신과 함께 있는데도 말이다. 우리도 미래를 준비한다는 명목아래 현재에 주어진 행복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참 행복은 멀리,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인데 말이다. 찰리는 자신과 닮은 떠돌이 개 위시본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집착한다. 찰리와 떠돌이 개 위시본을 대비하며 점차 마음의 문을 여는 찰리의 변화에 촛점을 맞추어간다.
가족 소설이 다 그렇듯 악인이 등장하지 않는다. 갈등은 주인공이 마음을 바꾸기만 하면 해결된다. 찰리의 소원이 마침내 이루어지면서 이야기는 마치게 된다. 뒷이야기는 그래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어요가 될것인가. 행복은 기적이 아니다. 행복해지려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때로는 아파하고 슬퍼하고 울게 될지 모른다. 무책임한 부모와 표현하지 못하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애정의 갈구, 가난하지만 너그러운 부모와 행복한 아이들이라는 뻔한 소재지만 행복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며 미소짓게 하는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