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볼 수 없습니다.
밤에, 소년이 있었다
새가 되어 날아갈 것 같아요
소년이 내게 말했다 고요히
나는 소년의 솜털 부숭한
귓불을 쓰다듬었다 이따금
소년의 귀에선 내가 쓰다 버린
문자들이 흘러나왔다
나는 그 문장들을 기워
새를 만들었다 그보다는
내 가슴을 오려
새를 만들었으면 좋았을걸
어두운 벤치 위에 소년은
내 무릎을 베고 누웠다
가쁜 숨 몰아쉬며
눈동자를 흐리며 그만
눅눅한 공기 속으로 소년은
깃을 치며 날아갔다
나는 그저 돌아갈밖에
얇고 여린 소년의 껍질이
어깨 위에 가볍게 걸쳐진 채
자꾸 나부끼던 밤이었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하기
화자 객관화하기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하기
시를 잘 쓰려면 이런 걸 해야한다고 한다
김근 시인의 시를 처음 읽었을 때
익숙했었는지를 잊어버릴 정도로 낯설었다
너무 낯설어서 익숙해질 때까지 들여다본다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낯설다
익숙해지지 않은 낯설음
어두워서 빛나고
낯설어 익숙하고
알수 없어 알게 되는
낯설기란 이런 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
휘청거리는 바람이 불 때
달콤한 슬픈 종족이 되어
둥둥 떠나디는 섬
호리병 같은 시간안에서
가슴을 오려 만든
온몸에 새겨진 말들의 무늬
를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