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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깨보
  • 마징가 계보학
  • 권혁웅
  • 10,450원 (5%550)
  • 2005-09-30
  • : 1,624

마징가 계보학


1. 마징가Z


  기운 센 천하장사가 우리 옆집에 살았다 밤만 되면 갈

지자로 거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고철을 수집하는

사람이었지만 고철보다는 진로를 더 많이 모았다 아내가

밤마다 우리 집에 도망을 왔는데, 새벽이 되면 계란 프라

이를 만들어 돌아가곤 했다 그는 무쇠로 만든 사람, 지칠

줄 모르고 그릇과 프라이팬과 화장춤을 창문으로 던졌다

계란 한 판이 금세 없어졌다 


2. 그레이트 마징가


  어느날 천하장사가 흠씬 얻어맞았다 아내오 가재를 번

갈아 두둘겨 패는 소란을 참다못해 옆집 남자가 나섰던

것이다 오방떡을 만들어 파는 사내였는데, 오방떡 만드

는 무쇠 틀로 천하장사의 얼굴에 타원형 무늬를 여럿 새

겨넣었다고 한다 오방떡 기계로 계란빵도 만든다 그가

옆집의 계란 사용법을 유감스러워했음에 틀림이 없다


후략




슬프다 재미있다

무겁다 통쾌하다

씁쓸하다 달짝지근하다

어떤 말이나 어울린다 아니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데 아프다 

마음 속 깊이 새겨진 상처를 건드린다

다 나았는 줄 알았는데 아직도 아프다니

나는 이렇게 아픈 시를 왜 읽나


마징가를 즐겨보던 때

티비가 우리 꿈을 대신하고

가난이 모두에게 공평하던

살아가고 살아냈던 시간

목련이 피어난 밤

골목을 돌 때마다 울던

누군가가 나타나 구원해주기를

지구가 멸망하지 않기를

지구가 멸망하기를

바라던 때가 있었다


그렇게 바라던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었다는 걸

이 시를 보고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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