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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숙님의 서재

테라스 뒤편 투야나무 울타리로 해가지는 저녁마다 풀꽃다발은 불그스름한 석양빛 속에서 얼마나아름답게 반짝였는지. 그 시기 새들이 종종 우리의 테라스로찾아왔다. 꽃다발 속 알갱이가 여문 싱싱한 풀씨를 먹으려는것이다. 우리는 새로 만든 풀꽃다발을 기둥에 걸고 이전의 다발은 화로 속으로 던져넣었다. 물기 하나 없이 바싹 마른 풀줄기가 들어가자 화르르 소리와 함께 뜨거운 불길이 엄청난 기세로 높이 솟아올랐다. 동시에 어떤 기억이 함께 불처럼 솟아올랐다. 나는 소스라치며 뒷걸음쳤다. 오래전 어느 날 당신의로부터 온 편지・・・・・・ 그 순간 문득 작별은 사랑과 마찬가지로특정 시기에만 국한된 개별 사건이 아니라 삶의 시간 내내 우리가 참여하고 있는 비밀의 의례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일생은 그것을 위해 바쳐진 제물이었다. 우리가 평화롭게 정원의 흙 위로 몸을 기울인 동안, 당신의 몸 위로 빛-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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