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땅에 붙어 있을 수 있는 두 발을 갖은 인간만이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방식으로도 인간은 실재할 수 있다.
표제작인 「한 개의 머리가 있는 방」에는 녹향이라는 소년의 몸을 빌려 사는 '건록'이라는 인물이 등장하고,
「제발!」에서는 죽은 줄 알았던 '누나'가 구조물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목소리로만 존재한다. 누나는 이를 '정신'이라고 표현한다.
개인적으로 「한 개의 머리가 있는 방」을 재밌게 읽었다.
녹향은 건록이 인간인 줄 모른다. 어째서 건록이 자신의 몸, 뇌 속에 존재하게 되었는지 비하인드를 알지 못해 건록을 신으로 착각한다. 건록은 녹향이 어떤 행동을 하고 선택을 내릴 때마다 조언을 했고 그 조언은 늘 옳았다. 하지만 녹향이 살인을 할 줄은 몰랐다는 것이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마지막으로 책의 해설을 인용하며 리뷰를 마무리하겠다...!
우리가 사는 세계란 사실 애처로울 만큼 위태로운 허구이며, 이 허구 위에 자리 잡은 실재들 역시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는 테제를. 일반적으로 우리는 취약성을 한 주체의 실존에 결부된 문제로 이해하지만, 단요의 소설에서는 세계 그 자체가 지속가능성의 심판대 앞에 선다. 그리고 이런 심판의 가능성이 반드시 허구적인 것만은 아니다.
- (이성민, 「유행하는 허구들과 전복의 (불)가능성」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