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의 사람들은 소외되고 재미없는 삶을 살기에 패션을 경배한다."
소설이 독서의 90%를 차지하는 나는 이런 책을 그닥 많이 보지 못한다. 구매한다고 해도 끝까지 읽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고. 그러나 탠시 E. 호스킨스의 이 책은 상당히 한달음에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아마도 패션이라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자유로울 수 없는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일지도.
나름 트렌드를 무시하고 나 나름대로의 패션을 추구하며 살아간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라도 결국, 대량 생산되는 상품을 소비하는 이상, 자유로운 패션이란 불가능하다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깊이는 알지 못하는 주제를 이 책은 상당히 재미있고 뼈아픈 실예들을 들어가며 파헤친다.
책을 읽다보면 착한 기업, 재활용 섬유, 구매 금액의 일정 부분 기부, 옷 기부 등을 통해 나를 위안하며 해온 소비들이 얼마나 그야말로 '눈가리고 아웅'적인 행위였으며 이 모든 것들은 결국 몇몇 기업의 주머니 채우기에 이용되는 것임이 드러난다. '재활용'이라는 편리한 슬로건 하에 그게 얼마나 정확하게 '재활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재활용을 위해 투입되는 또 다른 물자 등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무지했는지를 보며 나란 사람조차 나 편한대로 생각하고 살아 왔구나 싶은 깨달음을 얻었다.
물론, 책에서 제시하는 해결책은 너무 유토피아적이고 실현불가능해 보이기는 한다. 한마디로 자본주의적 생산체계와 시스템을 몰아낸다는 것이 과연 현재 세상에서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 우리 모두 할 말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싸게 물건을 만들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나라들에 가 공장을 세우고, 이들을 혹사시키며 그들은 일년 내내 벌어도 입지 못할 옷들을 내 기준에는 싸지만 그보다 훨씬 저렴한 금액에 만들어 차액을 알뜰하게 챙기는 기업들에게 철마다 새로운 옷을 사지 않으면 촌스러워 보이거나 뒤떨어져 보인다는 이유로 옷을 구매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는 데에는 반론을 제기할 사람이 얼마 없을 것이다.
비록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내가 패스트패션 회사의 옷을 전혀 사들이지 않고 앞으로 매일 옷을 갈아입어도 충분한 옷이 걸려있는 옷장에 만족하며 소비하지 않는 삶을 산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런 금액의 옷이 가능하게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환경 파괴와 인권 착취가 일어났을 지에 대해 가끔이라도 생각할 수는 있을 듯 하다.
자주 옷을 갈아입는 것보다 더 '잘 만든' 옷을 더 적게 살 수 있는 나만의 고집을 갖출 수 있도록 첫걸음을 내딛어줄 수 있는 책이 될 듯 하다.
저자가 마르크스와 더불어 가장 많이 인용하는 존 버거의 문장이 아마도 패션에 집착하는 우리에게 조금은 깨달음을 줄 수 있을 듯.
"현재가 더 단조로울수록 상상력은 미래를 더 인질로 잡아야 한다."
사람들이 소외되기 때문에 상품은 의미를 얻는다. 사람들이 짜릿한 선망의 대상인 소비를 꿈꾸면서 끝없이 길고 무의미한 노동시간을 버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