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로버텀의 이 책은 다른 추리소설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줄거리를 알고나면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이다. 시작부터 주인공은 뭔가 그렇게 나쁜 짓을 할 거 같지 않은 인물이고, 그 주위엔 하나같이 비밀을 숨기고 있는 듯한 그야말로 '구린' 점을 가진 인물들이 가득하다.
그러나 만기 출소 하루 전에 굳이 왜? 라는 이 설정이 이 책을 힘있게 끌고 간다. 읽는 내내 그가 진짜 거기 가담했나? 라는 질문이나 돈은 어디에?라는 의문 보다, 대체 왜 하루 전에? 가 가장 큰 화두가 되며, 이를 알아내고자 계속 책장을 넘기게 되니 말이다.
사실 나는 책을 읽으며 가장 궁금했던 인물은 오디의 형인 칼이었다. 그는 대체 왜 동생을 그렇게 괴롭게 만들고 이렇게 인생의 나락으로 빠지게 만들었을까? 그러나 책에선 그런 설명은 주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어찌보면 우리 인생이 그렇듯, 사람의 성격이나 됨됨이를 모두 이유를 들어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무조건 부모의 양육 방식이나 교육의 탓이 아닌 것처럼.
오디의 그 사랑에 대한 무조건적인 헌신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이상 결론은 허무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스포일러에 해당할 이 일의 실체도 조금은 허술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고.
그러나, 오디가 감옥에 들어가게 된 그 사건이 벌어지는 그 상황은 허무한 가운데 어찌보면 그게 바로 인생이다 싶어 더 와닿는 점도 있다. 행복의 정점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비극은 우리를 칠 수 있는 것이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그리고 생각해보면 이 소설은 그런 비극이 일어난 뒤에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결정권을 가지지 못했던 어떤 일이 일어난 뒤, 이제는 자신의 의사가 다른 사람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상황에서 - 그러나, 결국 남을 지키려 할 경우, 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그리고, 그런 결정을 내리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무엇보다 사랑을 앞에 둔, 그리고, 신뢰를 중요시한 젊은이가 주인공일 때 일어나는 이야기가 바로 [라이프 오어 데스]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