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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뚜님의 서재
  • 나는 공부 대신 논어를 읽었다
  • 김범주
  • 12,600원 (10%700)
  • 2020-07-10
  • : 416
딸, 이제 내년이면 학교에 가지?

지금까지 몇년을 다녔던 어린이집을 두고 새로운 학교란 곳에 가서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날 생각을 하면 좀 긴장이 될거야. 하지만 우리 지호는 어딜 가든 잘 적응하니까 엄마는 별로 걱정되지 않아.


오늘 엄마는 지호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중2학년 오빠가 대학 합격을 하기까지의 책을 읽었어. 처음에는 중2병에 걸릴지도 모를 우리 딸과 아들들이 걱정이 되어 냉큼 손에 들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이 학생의 부모님의 태도를 찬찬히 살펴보게 되었어. 결국 이 오빠의 행동은 부모가 보여준 뒷모습을 통해 투영된 결과인 것 같아서 말이야. 이 작가 오빠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긍정적으로 배우고 노력하는 자세를 지속적으로 보여주셨고, 아들과의 추억을 쌓는데 소홀히 하지 않았던 것 같아.


이 오빠가 어릴 때 부터 했던 건 영어, 해외여행 이었어. 그 다음 중학생이 되었을 때 독서모임을 했는데 난이도가 꽤 높은 '논어'란 책을 읽으며 필사를 했대. 사실 엄마 생각에는 필사보다 필사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한줄 씩이라도 적었던 그 사유가 중요한 것 아닌가 싶어. 엄마는 지금도 책을 읽을 때면 그 책에 나오는 한 문장을 가지고 엄마의 경험, 생각을 글로 쓰거든. 사람은 글쓰기나 그림 , 산책 등 손이나 발을 움직여야 사색이 가능한 동물인 것 같아. 이게 정말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엄마의 경험상 그래.


이 책을 읽으면서 지호가 어떤 엄마의 뒷모습을 보고 있을지 생각해보았어. 지호의 행동을 보면 조금 알 것 같기도 해. 긍정적인 부분도 부정적인 부분도 있지. 엄마는 완벽한 사람은 아니니까 그 정도로 충분히 만족해. 너는 따뜻한 마음과 원활한 사교성,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타고난 것 같아. 하지만 꾸준하게 하려는 의지, 지구력은 좀 부족하지. 지금은 워낙 어리니까 당연한거긴 하지만 그럼에도 엄마는 이 지구력, 끈기는 후천적으로 길러지는 부분이 크다는 생각이 들어.


얼마 전에 두 달 전에 시작한 수영을 그만둘지말지에 대한 고민을 했었지? 그 때도 엄마는 일단 니가 한 번 시작한거면 적어도 6개월은 해야된다는 생각을 했어. 처음에는 물놀이가 좋아서 신나게 다니던 니가 항상 똑같은 것만 한다며 불만을 터뜨렸지. 맞아. 그런데 세상의 모든 일이 그래. 시작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어. 그 다음부터는 반복이야. 이 반복에 몰입할 수 있는 사람만이 어느 정도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는거야. 그 반복을 조금 더 수월하게 자발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목표가 필요한거고. 엄마는 너와 이야기하면서 그 목표를 심어주는데 소홀했다는 걸 깨달았어. 엄마의 실수였지. 나는 컴퓨터 배경화면이나 핸드폰에 나의 목표를 적어뒀으면서 정작 너에게는 적용할 생각을 하지 못했어. 너는 스쿠버다이빙 하는 동영상을 보고는 다시 마음을 바꿨지. 그래, 우리 코로나가 없어지면 아주 예쁜 바다속을 구경하러 가자. 그 때 까지 적어도 생존할 수 있을 정도의 수영은 했으면 좋겠어.


엄마는 솔직히 외국어, 특히 영어를 왜 어린 나이에 배워야되는지 이해하지 못했어. 엄마도 한참 머리가 굵어진 다음에 정말 영어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절실함이 생겼을 때 본격적으로 배웠거든. 그래서 후천적으로도 충분히 가능한데 왜 부모들이 조그만 아이한테 영어를 못 시켜서 안달인지 알 수가 없었어. 그런데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 나이가 들어서 배우면 그만큼 힘이 많이 들어. 하지만 어린 너희들에게는 굉장히 쉬운 일이지. 재미있는 노래, 동화 정도만 들려줘도 흥얼흥얼거리며 따라하고 있잖아. 투자할 때도 처음에는 도토리를 굴린 다음에 눈덩이로 만드는데 그 강도가 어린 너희들에게는 몇 곱절 더 쉽게 느껴지는 거랑 비슷하달까. 그래서 엄마는 지호와 함께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며 경험을 쌓기 위해 영어를 시작하려 해.


참, 그리고 아까 독서와 필사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 한 가지 아직 의문이 풀리지 않는 건 과연 이 작가 오빠가 이렇게 훌륭한 삶을 이어온 것이 필사 자체의 힘인지 논어의 힘인지 잘 모르겠어. 물론 논어란 책이 주는 임팩트는 굉장히 크지. 그런데 말야. 솔직히 엄마는 논어의 구절을 보면 가슴이 좀 답답할 때가 있어. '효'란 부분은 너무 부모 위주로 씌어져 있달까 고리타분 답답한 느낌이 들어. (공자님 죄송합니다) 그럼에도 사실 당연한 이야기를 적어둔 거라 거기서 또 나의 행동을 반추해보며 반성하게 되긴 하지. 어쨌든 엄마는 필사 그 자체보다도 필사를 통해 글쓰기를 몸에 익힐 수 있고, 자연스럽게 한줄 두줄 내 생각과 경험을 덧붙이다보면 사유로 이어지다보니 너와도 그걸 해보려 해. 아직 어린 동생들이 있어서 책 읽는 것도 무척 기계적으로 하고 있지만 그래도 너와 대화를 통해 책을 좀 더 재밌게 읽고 싶어. 세상에는 정말 재밌는 책들이 많거든.


엄마는 너에게 고급 교구나 비싼 영어유치원 대신 이런 걸 선물해주고 싶어.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는 생생한 경험을.
책과 함께하는 자신과의 대화를.
그리고 하나에 꽂히면 미친듯이 반복해서 자신이 만족할만큼의 경지에 이르는 경험을 말이야.


딸! 다음에 또 적을게. 오늘도 재밌게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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