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통상 책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정보이고, 인터넷은 비교적 ‘쉬운’ 정보라고 생각하곤 하는데 사실은 정반대다. 인터넷에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자료는 대체로 쪼개진 정보이고, 책은 어떤 정보를 특정한 수준의 지식을 가진 독자를 상정해 가공하고 특정 맥락에 따라 조직한 지식이다.
오늘날 우리는 마치 검색만 하면 모든 것이 다 튀어나오는 척척박사 만능 화수분을 품에 안고 있는 듯하지만, 파편화된 정보들 사이에서 내가 얻고 싶은 지식에 도달하려면 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 노력 없이는,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평생 모르기 쉽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알 수 있다는 ‘환상’은 생각보다 강하다.
인터넷에 수많은 정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때 길을 잃지 않으려면 자신이 서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 알 수 있는 메타 인지, 즉 지식을 생성하기 위한 자기만의 키워드와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하지만, 가장 간편한 방식은 책이라는 지도를 들고 들어가는 것이다.
앞서 책의 특성을 ‘굳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그냥 강연으로만 남아도·칼럼으로만 남아도 혹은 개인의 생각으로만 남아도 될 만한 글이 ‘굳이’ 번거로운 노동을 거쳐 책으로 나왔다. 이 때문에 책의 서문에는 기본적으로 이 ‘굳이’의 이유가 붙는다. 안 그래도 볼 것 천지인 복잡한 세상에, 책이 매우 안 팔리는 이 시대에굳이 이 한 권의책을 내어놓는 작가·기획자의 각오가 서문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모르면 지금부터 읽어 보고 배우면 된다. 모르는 분야에 대한 책을 펼쳐 본다고 갑자기 하늘이 뒤집어지거나 손바닥이 책 표지에 달라붙지 않는다. 단지 어제까지는 이 책을 안 읽어 본 사람이었고, 오늘은 이 책을 읽어 본 사람이 될 뿐이다.
부담을 갖지 않고 내 마음에 가는 것을 이것저것 배우고 읽다 보면, 책이 책을 부르고 책 안에서 책의 길이 보인다. 어떤 책이 나쁜 책이고 좋은 책인지 보는 눈이 길러진다. 이를 위해선 일단 이것저것 무람없이 뒤적여 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나는 이 같은힘 빼고기웃대는 태도를 부담 없이 해찰한다고 표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