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말했듯이 가족이라 다 좋아 사는 건 아니고, 타인은 어차피 견디어주는 거라고 했다.
글을 쓰면서 나이를 먹어야 알 수 있는 것들도 있고, 또 나이는 많이 먹었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젊은 사람을 대변하는 글들이야 차고도 넘치지만, 그냥 보통의 주부 노릇을 오랫동안 해온 나같이 나이 많은 사람도 뭔가 할말이 쌓여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한입으로 두말하는 이상한 사람이 되었다고 변명합니다.
선처 부탁드립니다.
결국 이 모든 전통이니 가풍이니 하는 것들이 남의 집 딸들 데려다가 자기네 조상 섬긴 것밖에 안 된다는 걸 너무나 실감나게 느낀 덕분이다.
그러니 새로운 판을 짜야 옳다. 한국의 여자들은 너무 똑똑하고 교육도 다 잘 받았다. 사태 파악이 빨라 비혼자도 늘었다(남자 잘못 만나 인생 망한 여자는 있어도 안 만나서 망한 여자는 없단다). 더러 남자들도 비혼을 선호하고, 결혼하고도 아이 없이 사는 풍조도 늘어간다.
시간이 한정 없이 많을 것 같지만 나는 항상 바쁘다. 저녁에 어떻게 하다보면 그냥 자정이 넘어 있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니까 하루가 짧고 밥도 두 끼밖에 못 먹는데도 배는 여전히 나와 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이를 많이 먹고 나면 밥을 먹어도 살이 안 찐다는데, 젊어서는 그렇게 빼빼하던 나도 지금은 먹는 것을 조절해야 하니 인체라는 게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나는 아끼지 않기로 작정을 한 사람이다. 젊었을 때는 할머니가 되면 하루종일 책만 읽고 있어도 좋겠다 싶어 이 시기가 오기를 은근히 기다렸다. 그래도 사람 사는 게 언제나 기대와는 다른 양상으로 가기 마련인지라 나의 독서 생활 역시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흘러가고 있다.
젊었을 때는 지지부진한 일상을 유지하면서 인생에서 중대한 뭔가를 빠뜨렸거나 어딘가에 더 중요한 인생의 알갱이가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으로 갈등한 시기도 있었다. 하나 중대한 것은 바로 그 일상을 잘 유지하는 것임을 알게 됐다. 일상이 깨어져봐야 아무 일 없이 일상을 잘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게 된다.
우리는 지금 나로서 사는 일보다 남들에게 보여지기 위한 나에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