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자는 어떤 존재인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연대자로서의 나를 피해자의 그림자로 표현한다. 그림자는 본체에 가려져 있다. 따라서 내가 하는 연대의 기본은 본체인 피해자의 의사를 중심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그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동시에 그림자는 그 길이와 방향을 통해 본체가 시간과 위치를 파악하도록 돕는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피해자를 위해 때로는 전략을 수립하고, 특정 방향을 선택하도록 권하며, 앞으로 나서기도 한다.
피해자가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 방법을 선택하며, 이후 피해 회복과 일상 재구성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연대자가 언제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따라 연대 방식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나는 피해자가 문제를 인식한 후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 집중적으로 연대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사법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따라서 내 모든 연대는 법적 책임을 전제로 한 것이기도 하다.
사랑받는 연대자보다 인정받는 연대자가 되고 싶다. 오해와 원망을 직면하고 풀어가도록 노력하되, 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범위를 설정하고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결국 거리 유지는 피해자에 대한 것일 뿐만 아니라 연대자로서 내 자신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나는 연대자의 정체성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양한 고민을 앞두고 우선 기록을 시작하려 한다. 유연하고 연속적인 연대를 위해서라도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더 많이 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나와 함께한 피해자들 중 자신의 경험을 다른 이들과 나누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록을 통한 연대를 선택한 이들이 있다. 이제 그들의 이야기를 그림자인 내가 전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