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편지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제때 해야 할 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거든요. 근데 〈일기떨기〉라는 모임이 나는 너무 좋고, 지금 이 감정을 안 남겨두면 또 아쉬울 것 같아서요.
뭔가 턱 끝에 걸려서 나오지 않는 말들이 있잖아요. 이게 진짜 너무 힘들어요. 힘내서 외치면 나올 것 같은데 계속 안 나오는 걸 경험하면서 부모와 자식이라도 인간관계 진짜 어렵고, 솔직해지는 건 너무너무 힘든 거예요.
점점 더 느껴요. 어렵구나. 관계가 깊어질수록 현명하게 이어가고 싶고 망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러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내가 다짐해도 망치게 돼 있어요. 걔가 별로든 내가 엉망이든. 그런데 지금은 다 커서 어떻게 행동해야 옳은지 아는 성인이고, 저마다 소중한 것들을 지키는 방법도 생겼잖아요. 삶이든, 인간관계든 뭐든 알 만큼 안다고 자신하는데도 이상하게 진심이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 같아요.
늘 그랬듯 실수는 마지막에 고친 시험지의 답안처럼 갈팡질팡했던 부분에서 일어나게 마련이었고, 대개 애써 고친 부분일 때가 많았다.
우리가 하는 일은 예측 가능한 게 하나도 없고 그 결과물이 완벽할 수 없기에 여러 마음이 모여야만 완전해질 수 있다는 걸 아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