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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충좌돌

개개인을 구별 짓는 모든 단어를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발견한 빅파이브 성격 특성은 인간의 다양한 개성을 나타냅니다
지금까지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발견된 것은 어두운 성격과 우호성이 음의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사실입니다.97 즉, 어두운 성격이 강하면 기본적으로 우호성은 낮다는 뜻이지요.
우호성이 낮은 사람은 주위에 대한 공격성이 강하고, 적의를 쉽게 드러내는 경향이 있으며, 타인을 믿지 못하고,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나 공감이 결여된 경향을 보입니다. 어두운 성격의 일부 특징과 비슷하지 않나요? 어두운 성격은 인간의 성격 전체를 표현하는 경우에도 들어가는 근본적인 특징 중 하나라 말할 수 있습니다.
심리학에서 ‘퍼스낼리티’, ‘인격’, ‘성격’, ‘기질’ 등과 같은 용어를 구별하기란 꽤나 까다롭습니다. 깊이 들어가면 미묘하게 뉘앙스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내용적으로 ‘인격’이나 ‘성격’은 영어 단어 ‘퍼스낼리티(personality)’와 비슷한 의미로 쓰이는데, 문맥에 따라 ‘인격’ 또는 ‘성격’으로 번역되거나, 영어 발음 그대로 ‘퍼스낼리티’라고 쓰기도 합니다.
요즘 ‘자기긍정감’이라는 말을 부쩍 많이 쓰기 시작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심리학 연구에서는 이와 거의 비슷한 의미인 ‘자존감’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자존감은 자신을 평가 대상으로 놓았을 때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느끼는 마음을 의미합니다.
자존감이 높다는 것은 이상적 자아와 현실적 자아 사이의 간극이 적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상적 자아와 현실적 자아 사이에 괴리가 심하면 자존감이 낮아집니다.
나르시시즘과 자존감의 관계를 생각하면, ‘자존감이 높은 게 과연 좋은 걸까?’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지금까지의 연구를 보더라도 자존감이 높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었으니 말입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을 보면 비교적 안정도가 높은 사람들과 낮은 사람들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안정적이면서 높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은 환경이나 상황에 별로 좌우되지 않고 자신을 높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불안정하면서 높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자존감을 어떻게 하면 높게 유지할까 늘 걱정하며 대처해야만 합니다.
자존감에는 내현적 자존감이라는 것이 있습니다.104 ‘내현적’이라는 것은 스스로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즉 의식화되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무의식’이라는 말은 역사적으로 심리학과 관련이 있지만 다소 복잡한 관계성을 지닌, 프로이트가 창시한 정신분석학 용어입니다.
심리학에서도 ‘의식화되지 않은’ 심리적 프로세스를 연구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내현적’, ‘비의식적’ 등과 같이 무의식이란 말 대신 에둘러 표현한 단어를 사용할 때가 있습니다. 이 표현은 정신분석학에서 다루는 역동적인 무의식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표현상 구별을 둔 것입니다. 어디까지나 의식적으로 파악하기가 어려운, 혹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의식화되지 않는 심리적 프로세스를 다룬다는 의미로 이러한 표현을 사용합니다.
타인을 배려하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마음의 작용을 공감이라 합니다. 공감능력은 인간관계에서 꼭 필요한 능력이지만, 개인의 심리 작용으로서도 중요한 측면을 갖습니다.
어두운 성격 중 특히 마키아벨리즘과 사이코패시 성향이 강한 사람은 우울 정도가 높은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117 심지어 우울뿐만 아니라 불안도 어두운 성격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118 우울과 불안 모두 기분이 침체되거나 의욕·동기부여·집중력이 감소하며, 수면장애, 식욕부진이나 과식, 극심한 피로 등 부정적인 증상을 수반합니다.
일반적인 어둠의 3요소와 과민한 어둠의 3요소는 공통된 특징을 보이지만 사실 다릅니다. 다만 일반적인 어둠의 3요소와 과민한 어둠의 3요소 사이에서 개인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것이냐 묻는다면, 그건 아닌 듯합니다. 이 둘은 비슷한 인간관계 패턴을 보이면서도 그 너머에 있는 행동원리나 사회에 대한 대처 방법이 서로 다릅니다.
일반적인 어둠의 3요소이든 과민한 어둠의 3요소이든 현대 사회에서 자신의 방식을 관철하려 했을 때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요. 일반적인 어둠의 3요소에 해당되는 사람은 잘 되지 않는 이유를 타인에게 돌리며 공격적으로 행동해 주위로부터 고립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에 과민한 어둠의 3요소에 해당하는 사람은 자신의 행동이 뜻대로 잘 되지 않았을 때 공격의 화살을 자신에게 돌려 결과적으로 사회에서 도태되기 쉽습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어두운 성격의 소유자는 고독을 느낄 때 인터넷 트롤링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어두운 성격을 강하게 가진 사람이라도 고독하지 않다면 트롤링 수준이 어두운 성격이 거의 없는 사람과 비슷했습니다. 어두운 성격의 소유자들은 현실 인간관계에서 문제를 느끼고 고립되거나 고독을 느낄 때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것이지요. 어두운 성격의 소유자에게 인터넷 트롤링은 현실세계에서 할 수 없기에 사이버 공간에서 대신 벌이는 일종의 공격 행위라 볼 수 있습니다.
이 말은 곧 사회 속에서 고립되지 않은 채 살고 있다면 어두운 성격의 소유자라 하더라도 인터넷 트롤링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어두운 성격의 소유자가 공격적 행동을 하지 않게 하려면 그들이 만족할 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도록 해야 합니다.
성격은 유전되는 것일까요? 아마 이 문제는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점일 것입니다. 어두운 성격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전의 영향을 받는지, 아니면 자라면서 결정되는 것인지. 또 성장할수록 심해지는지, 아니면 나아지는지.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많은 연구가 있었습니다.
성격이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지, 아니면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지는 오래전부터 연구자들이 고민하고 연구해 온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우월한 유전형질을 남김으로써 인간집단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우생학의 역사와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습니다. 나아가 심리학의 역사도 우생학과 밀접한 관계를 가집니다.
심리학 중에서 우생학과 뚜렷한 관련성을 보이는 대표적 개념은 지능이었습니다.
우생학이 확산되면서 학자들은 지능검사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지능검사로 지능지수(IQ)라는 수치를 산출해 낼 수 있게 되자 우생학에 기초한 연구를 하던 사람들이 이 검사를 이용하여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심리학에서는 유전이 아니라 환경이 모든 것을 결정짓는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게 됩니다. 그중 하나가 정신분석학입니다. 20세기에 접어들 무렵,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정신분석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창시합니다. 인간에게는 무의식의 영역이 존재하며, 우리의 행동은 무의식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이론이지요.
다른 하나는 행동주의심리학입니다. 미국의 행동주의심리학자 왓슨은 1912년에 컬럼비아대학교에서 한 강의와 초기 논문을 통해 행동주의라는 개념을 세상에 처음 알렸습니다.123 그는 그 이전에 심리학의 주류였던 내관주의심리학(의식적 경험을 스스로 관찰하여 보고하는 것)에서 탈피하여 동물을 연구할 때와 마찬가지로 관찰 가능한 행동만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왓슨의 행동주의이론에서 말하는 성격이란 장기간에 걸친 실제 관찰에 의해 파악되는 여러 행동들의 총화입니다. 성격은 습관이 체계화된 결과이며, 태어나면서부터 기본값이 설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태어났을 때는 개인차가 거의 없지만, 태어난 뒤 이런저런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습관이 형성되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환경에 대한 대응 방식은 개개인마다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긴 세월 축적되면서 성격 같은 개인차로 나타나는 것입니다.124
1950년대 뉴욕에서 심리학자로 활동하던 토마스와 체스가 진행한 연구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이 연구는 85가구 133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최초의 조사는 생후 3개월 미만일 때 이루어졌고, 그 후 그 아이들이 20살을 넘을 때까지 추적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이 연구 프로젝트는 아이들의 기질 패턴과 관련해 중요한 결과를 보여 주는데, 보고된 연구 결과는 기질의 패턴이 꼭 환경적 요인에 의해서만 형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시사합니다.
대세는 성격이 환경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방향으로 조금씩 옮겨 가고 있습니다.
20세기 중반이 되면서 행동유전학이라 불리는 학문의 영역이 조금씩 발전하게 됩니다. 행동유전학은 행동에 대해 다룬 심리학과 유전에 대해 다룬 유전학 사이의 학제적인 영역에서 생겨나 발전된 학문입니다.
일단 전제가 되는 것은 ‘서론’에서 언급했듯이, 대부분의 심리적 특징은 ‘있다’, ‘없다’로 구분되지 않고 연속적으로 표현된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외향적’ 혹은 ‘내향적’이라 말하기 힘들 만큼, 세상에는 극도로 외향적인 사람부터 극도로 내향적인 사람까지 매우 다양한 사람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극도로 외향적이지도, 극도로 내향적이지도 않고 그 중간 즈음에 위치하지요.
이러한 현상은 하나의 유전자가 하나의 심리 특성을 결정한다는 개념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하나의 연속적인 심리 특성에는 수많은 유전자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외향적 성격이 형성되도록 영향을 주는 유전자는 매우 다양하며, 그 유전자를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훨씬 더 외향적입니다. 이를 ‘폴리진 유전’이라 부릅니다.
지금까지는 유전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데, 성격이 유전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유전적 요인에 환경적 영향이 더해지는 것이지요.
뭉뚱그려 ‘환경’이라고 말하지만, 인생을 살다 보면 우리는 다양한 환경을 계속해서 마주하게 됩니다.
똑같이 ‘환경’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가끔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 건, 사람마다 떠올리는 이미지가 많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환경’은 미시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고, 거시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언제 어디에 있는가’를 환경이라 볼 수도 있고, ‘아이를 엄격하게 키운다’와 같이 수년 혹은 수십 년에 걸쳐 계속되는 것을 ‘환경’이라 볼 수도 있는 것이지요.
다만 이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환경’이란 것이 본인의 특징과 무관하게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것들만 해당되진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편안함을 느끼는 곳을 찾아 이동합니다. 자신이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계속 살려고 하고, 여긴 아니다 싶으면 다른 곳으로 떠납니다. 이는 자신의 유전 상태에 맞는 환경을 스스로 선택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즉, 유전과 환경은 별개가 아니고 자신이 가진 유전적 특징에 의해 환경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나아가 환경이 갖추어지면 지금껏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유전적 특징이 발현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여기에는 시대나 문화, 지역 등 수많은 요인이 얽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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