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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omush님의 서재
  • 멈춰서서 가만히
  • 정명희
  • 14,400원 (10%800)
  • 2022-04-28
  • : 902

나는 가끔, 오래된 것 앞에 아주 신문물이 있는 풍경의 기이함을 일부러 바라본다. 경주 대릉원 앞에 놓여있는 전동 킥보드와 그걸 타는 사람들을 보면서 시간의 흐름을 멋대로 내 마음에 담아보는 재미를 느꼈다.

오래된 것은 거기에 있을 뿐인데, 우리는 여기에 있을 뿐이고, 그럼에도 “멈추고 가만히 바라볼 때 고이는 힘과 에너지”가 있다.

• 특히 나는 누군가 식생활에, 일상속에서 쓰는 도구들이 늘 재미있었다. 그릇, 찻잔, 물을 담는 병, 술담는 병같은 것들. 뮤지엄 산 종이박물관에서 본 종이로 만든 안경갑도.

가까이 보다보면 지금과 미적 감각도 다르고, 라이프스타일도, 소재도, 제작된 경위도 다 다를 텐데, 왠지 당시의 사람들이 지금의 우리와 그렇게 다를 것도 없었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 유물중에 명작이라 일컬어지는 것은 더 멀리, 깊이 나아간다. 국립중앙박물관 반가상이 놓인 사유의 방에 많은 사람들이 발걸음 했었다는 것을, 큐레이터는 이렇게 표현한다.

🔖 명작에는 채워지지 않은 여백이 있다. 어줍지 않게 함부로 쓸 수 없으면서도, 누구에게든 열려있고, 자신의 느낌을 얼마든지 갖게 할 만큼 여유롭다. 용량이 정해지지 않은 큰 물통처럼 누군가에게든 아직 쓰이지 않은 이야기가 된다. 몇몇이 쓰면 더 할 얘기가 없어지고 고갈되는 주제와는 다르다.

🔖 많은 이가 반가사유상을 바라보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가까이 둔다. 만 명에게는 만 점의 반가사유상이 있다. 한 곳에 있되 여러 마음에 동시에 존재하는 희한한 상, 이렇게 마음속 보물은 하나이기도 하고 동시에 여럿이 되기도 한다.

명작, 클래식의 힘이란 게 그런 걸까? 어떤 상징이 되면 많은 이야기들이 그것을 중심으로 모인다.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사람>을 떠올린다.

• <멈춰서서 가만히>는 다정하고 자유롭다. 유물 앞에선 물리적 장소는 박물관 안일 뿐일 텐데, 상상과 나름의 시선에 따라 멀리멀리 퍼져나간다. 병의 형태를 갖춘 유물에서, 무엇을 담는다는 행위에 대한 사유로도 이어진다. 유물을 통해 우리는 옛 사람들이 생각한 죽음도 유추하고 느껴볼 수 있다.

“유물 앞에서 느꼈던 좋은 경험이 모이자 멀리 가지 않고도 여행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멈춰서서 가만히>,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 정명희 저, 어크로스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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