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상 자뷔스 글 / 이폴리트 그림 / 한울림 스페셜
책을 고를때 상 받은 책인지 아닌지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책을 우연히 골랐을땐 이상하게 더 뾰족한 시선으로 읽게 된다. 서평을 쓸때도 상 이야기는 거의 언급 하지 않는편인데 이 책을 다 읽은 후엔 앞서 건너뛰었던 별점과 수상목록을 꼼꼼히 챙겨 읽었다. 그들도 내가 느낀 이 해방감을 느낀것인지 궁금했다.
< 숨을 참는 아이 > 는 내게는 놀랍도록 신선한 책이었다 . 소재도 그랬지만 , 강박장애를 가진 아이의 일상을 어떻게 이렇게 사실적이면서도 적당히 묵직하고 적당히 유쾌하게 그려낼수 있는지 감탄하고 감탄했다 . 한마디로 밸런스가 기가막힌 책이랄까. 이 책을 제일 먼저 읽은 초등 딸아이는 책이 참 독특하다고 했다. 묵직한 주제와 발랄하고 자유로운 그래픽 노블이라는 기법이 전혀 어울릴것 같았는데 너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 이점도 신기했다.
열한살 '루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길 원하지만, 루이는 남들 시선에 띄는게 싫은, 그래서 자기가 정해놓은 규칙안에서 매일을 살아가는 소년이다. 루이의 유일한 안식처는 1500장이나 되는 지식정보 카드를 정리할수 있는 자신의 방이었고, 항상 너무 바쁜 아빠와 우울증으로 치료중인 , 곁에 없는 엄마 때문인지 열한살 아이는 감당하기 힘든 현실을 자기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처음만난 루이를 보고 나는 그를 동정했다. 보듬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갈수록 아차 싶었다.
내가 루이를 철저하게 오해한건지도 몰라. 열한살 밖에 되지 않은 작은 이 아이는 아픈 아이가 아니라 사고하는 방식이 남들과 다른 아이였어 ! .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향한 건강한 호기심과 집중력을 지닌, 거기다 스스로를 지켜낼줄 아는 강인한 아이였던 거야.
이 책속에 등장하는 인물중에서는 단연 외삼촌이 눈에 들어온다. 부모의 부재를 메꿔주는 안식처 역할은 그의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유머에서 잘 묻어난다. 또한 그는 우리 어른들이 갖춰야 할 이상적인 양육 모델이 되어주기도 한다. 루이는 병원에 엄마를 두고도 마치 죽은엄마의 유골함인것마냥 여섯달 동안이나 가지고 다녔고, 삼촌은 그런 루이를 다그치지 않고 기다려준다. 루이를 향한 믿음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이야기다.
왜 당장 엄마가 있는 병원에 가지 않냐고, 엄마는 너를 너무 보고 싶어한다고 소리치지도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현실을 알려주고 루이가 스스로 결정하고 자신의 인생을 선택할수 있도록 시간을 줄 뿐.
진짜 멋진 어른이란 바로 이런 사람이구나 ㅠㅠㅠ 인생을 몇년 더 살아봤다고 정답까지 안다고 착각한다면 그건 정말 큰 모욕이 될수도 있겠구나.
어린 루이가 '" 나는 엄마처럼 미치고 싶지 않아 "라고 외치는 장면에선 결국 눈물을 펑펑 쏟고야 만다. 저 붉은 노을이 곧 재회할 엄마와 루이의 뜨거운 포옹같기도 해서 ,또 서로를 향한 모든 오해들이 저 붉은 노을속으로 사라져버렸음 참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그 페이지에 머물러 있었다. 엄마는 말한다. 나에게 가장 놀라운 기적은 니가 엄마를 보러 온거라고.
자신을 믿어준 삼촌덕분에 루이는 이제 자신의 방식으로 엄마를 대면하게 되고 , 그 용기는 이제 자기만의 세계에 갖혀 불안해하던 루이를 세상밖으로 이끌어 낸다. 작은 아이 루이의 뒷모습을 보지만 더 이상 불안하거나 애처롭진 않다. 이 세상은 갈수록 더 다양해질테고 그래서 더욱 이해할수 없는것들로 넘쳐나겠지만 루이는 여전히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다투고 화해하고 또다시 커갈것을 알기 때문에 !
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단절된 세계속에 살도록 내버려둔다면 우리는 결코 성장하지 못할것이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다가가야만 한다.
저 어린 루이는 내게 말한다. 우리는 원래 다른사람으로 태어났으니까 서로를 더 알게 된다는 건 또 다른 세상을 갖게 되는거 아니냐고. 그건 기쁜일이 아니냐고.
기꺼이 자신의 세상으로 놀러와줄수 있냐고 묻는 루이의 초대장을 이제 막 받았다..이 작고 솔직한 루이의 진짜 친구가 되고싶다고 나도 루이에게 웃으며 화답했다. 사랑한다 나의 루이. 그리고 사랑한다 내 안의 루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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