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라 브라켄 지음 / 이덴슬리벨 출판사
[ .....권력이란 역시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마약이다 ] - page 156
[ " 아곤에는 용서따위 없다." 아테나가 말했다. "오로지 생존, 그리고 반드시 완수해야 할 과업만 있을 뿐 " ] - page 392
< 로어 1 > 는 내가 올해 들어 가장 재밌게 읽은 소설이었는데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설정부터 신선했던것 같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모르는 이는 없을테고 헝거게임과 같은 서바이벌 영화를 모르는 이도 없을텐데 결코 만날수 없을것 같은 신과 인간 집단간의 권력다툼을 그것도 뉴욕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현재시제로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으니까 말이다.
스토리가 많이 복잡하진 않아 몰입감이 크면서도 선과 악의 양면성이 확연한 설정은 약간의 긴장감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물론 그래서 초반부터 선의 상징인 주인공 로어를 끝까지 열열히 응원할수 있게 된일은 감사할일이었지만 말이다.
아홉명의 신들, 아홉 가문. 불멸의 힘을 얻기위해 7년마다 7일씩 아곤이 펼쳐지는데
이 소설에는 212번째 아곤 그러니까 211번째 아곤에서 살아남은 두 신들과 다섯가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아서 누가 최후의 권력을 챙취할 것인가. 독자라면 이 점이 가장 궁금하겠지만 , '로어' 라는 십대 소녀의 낙천성과 유머 그리고 강인함과 선함에 나는 먼저 매료되버렸다. 아리스토스 카드모스라는 무시무시한 권력 앞에서도 할말은 해야하는 당당함. 개떡같은 상황에서도 잃지 않는 유머러스함과 부드러움. 그녀 주변 사람들이 하나같이 위험을 무릅쓰고도 그녀를 중심으로 응집할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녀 때문이란 걸 아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말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잖아 ㅎㅎㅎ
여기 그녀가 했던 명대사를 함께 느껴보기 바란다.
[ 버려진게 아니야. 로어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자유로워진거야 ] - page 283
[ 강하거나 약하거나, 우리가 될수 있는것이 그 두가지 뿐이라는게 난 너무 싫었어. '강한가, 약한가' 가 아니라 내가 살아온 삶을 기준으로 평가받고 싶었는데..] - page 362
[ '내 이름은 전설이 될 것이다 " "운명의 여신은..........." 아테나가 다시 시작했다. 로어는 머리를 저었다. "운명의 여신은 지금 이 모든 일과 아무런 상관도 없어요. 나는 내가 아닌 다른 무엇이 내 운명을 결정하는 건 인정 못해요 " ] - page 384
[ "하지만 프로메테우스를 봐. 우리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주었잖아. 심지어 그것 때문에 자신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를 알면서도 그 일을 했어. 사람은 누구나 어느 시점이 되면 스스로 무엇이 옳은 일인지 선택해야 해. 그리고 선택했으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되든 행동을 해야 해." ] - page 378
신들의 제왕인 제우스를 배신한 고대 신들. 제우스는 그들에 대한 잔인한 복수를 위해 인간들을 끌어들이게 되고, 끝없는 욕망으로 대표되는 인간은 당연히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불멸의 힘을 가질 기회를 당신이라면 단념할수 있겠는가 ?
신과 동등하게 어깨를 나란히 하고픈 인간들의 욕망과 타락에는 끝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지만, 인간의 선함은 그 어떤 순간에도 쉽게 패배당하지 않는 강력한 무기가 되어준다는 조금은 빤해보이는 메시지가 그래도 나는 너무 좋았다 . 그래 그거야. 우리 인간이 인류를 포기할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거지. 우리 인간이 쫌 멋져보이는 이유도 바로 이거지 .
7일 동안 신들도 인간의 몸을 하고 인간처럼 걸어다녀야 하고, 가문의 헌터들이 신을 죽이면 그 헌터에게 신의 능력이 흡수된다는 설정은 , 인간이기때문에 한번도 가져보지 못한 불멸의 힘에 대한 열망과 소외감을 한방에 해결시켜주었지만 영역을 침범당한 신들의 반격이 2편에서 더 강력하게 그려질것 같아 벌써부터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물론 신의 활약보다 더 멋지게 펼쳐질 로어와 카스토르의 활약은 말해 무엇하리 ㅋㅋㅋ 2권이 시급하다 ㅠㅠ
이 소설이 매력적인 또다른 이유는 전쟁에서 흔히보던 근육질의 스킬좋은 성인 남자가 주인공이 아니라는거다.
[ 감히 여자가 그것을 넘봤다는 것은 세상의 이치를 거스르는 일이라는 식이었다 ] 라든지 [ 그들의 유일한 존재 이유는 오로지 더 많은 아이들을 출산하여 가문의 혈통을 이어나감으로써 가문의 생존과 번식에 기여하는 것뿐이었다. 노예의 운명이 이들에게 허락된 전부이자 유일한 것이었다 ] 에서 볼수 있듯이 , 여성의 능력이 저평가되는 주변인들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주인공 로어 ( 멜로라 페르세우스 )만큼은 아주 주체적이면서도 강인하게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녀를 통해 느끼는 해방감이란 ...!!!!
새로운 신이 되어 불멸성을 입증하거나 아니면 명예를 얻음으로써 전설적인 인물이 되고 , 내 이름이 또는 우리 가문의 이름이 대대손손 전해지는 이야기와 노랫속의 주인공이 되어 그 생명력을 이어나가는것 . 당신이라면 어느쪽이 더 명예롭다고 생각하는가 .
[ " 항상 진실만이 살아남는것은 아니란다. 그보다는 우리가 믿고 싶은 이야기들만 전해질때도 있어. 전설에도 거짓이 있다. 이야기를 아름답게 만들려고, 또는 우리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려고, 승자에게 영광을 돌리고 나약한 자들에게 수치심을 주려고, 사람들은 결점이나 실수를 다듬거나 숨기기도 한단다. 하지만 우리가 '나중에 어떻게 기억될 것이냐'는 '지금 어떻게 행동하느냐' 만큼 중요하지 않단다 " ] - page 320
우리가 진실이라고 마주한 세계조차도 순도백프로의 진짜가 아니라면 당신은 대체 무엇을 쫓고 있느냐며 .그냥 지금 이순간 현실에 충실하는것만큼 확실한 답은 없다고 작가가 내게 말한다. 지금 어떻게 행동할지에만 포커스를 맞춘다면 어떻게 기억될지가 왜 두려울것이냐며 .
아테나가 들고 다녔던 제우스의 방패 아이기스. 아곤이 시작될 당시 제우스가 로어의 가문에 하사했던 유산. 카드모스 가문이 페르세우스 가문에게서 훔쳐간 물건.무시무시한 메두사의 머리가 달려있는 제우스의 방패.
표지에서 뿜어져나오는 강렬한 첫인상은 여러 독자들에게 아이기스에 대한 공포와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표지 정말 너무 멋지잖아 ~!!!
제우스가 올림피아에서 처음으로 아곤 개시 명령을 내리면서 헌터들에게 공포한 시 완성본이 있는데, 새로운 버젼의 시가 또 존재한다는 것이다. 바로 그 시는 아이기스에 새겨져 있지만 숨겨져 있거나 위조되 있어서 여전히 1권에서는 비밀스러운 존재로 남았다. 그 시가 누구의 손에 들어가든 그것을 차지하는 신은 최고의 불사신이 된다는데 만일 그 시에 정말로 단 한명의 마지막 승자가 아곤을 끝낼수 있는 내용이 적혀 있다면, 그 승자는 과연 누가되야 할까 . 카스토르 ? 당신은 누구를 응원하겠는가 ? 로어와 카스토르가 그 글의 비밀을 과연 어떻게 해독할것인가 2권에서 내가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 많지만 특히나 이 문장이 왜 이렇게 좋은거지 ?
[ " 있잖아.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갇혀있는 울타리 경계에 바싹 붙어서 바깥삶을 구경하는것에 너무 익숙해서 가끔은 그곳에 울타리가 있다는 것조차 몰라 " 밴이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울타리를 한번도 잊은적이 없어. 그냥 그 안에서 내 방식대로 사는법을 터득했을 뿐이야 " 너도....,네 친구가 이곳에 우리랑 갇혀버리게 만들지는 마". 그의 말에 로어의 목이 죄어왔다.]
헌터로서 인정받지 못했던 밴의 비극적인 그의 삶이 보여서일까.
보이지 않는 울타리를 벗어나는 길은 새가 알을 깨고 나오듯 더 강력해지는 수밖에 없다고 그를 위로해주고 싶은 걸까.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몇년째 보이지 않는 울타리에 갖힌....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생을 즐기고 있는 21세기의 사람들이 떠올랐다. 이제 우리도 이 울타리를 그만 벗어날때가 된것 같은데......왜 더 무시무시해져버린것만 같은 울타리라니 ㅠㅠ
[ 교관이 말했다. "너희가 배울것은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이 너희를 옭아매고 용기를 꺾어버릴 것이다. 두려움이야말로 가장 큰 적이다.".... " 고통은 삶의 본질이다. 우리는 고통속에서 태어났다 ..... ] - page 146 ~ 147
고통이 삶의 본질이라고 말하지만 연습을 한다면 정말 익숙해질까 ? 신들도 신들에게 , 신들도 인간에게 질투를 느낄까 ? 두려움을 느낀다는건 창피한 일일까 ? 정말 불멸의 세계가 있다면 모든 것을 걸어볼텐가 ?
힘의 견제와 균형, 권력과 명예, 선과 악 , 신과 사람, 삶과 죽음 ...이 두 영역의 교차점에서 생기는 무수히 많은 고민과 갈등들이 물리적인 잔인성과 오락거리에도 불구하고 내겐 더 밝은 빛을 낸 소설 !
함깨 보내주신 지도를 펼쳐본다. 그리스로마 신화를 1도 몰라도 너무너무 재밌게 읽을수 있는 소설이다. 당장이라도 이 지도를 들고 로어가 있는 곳으로 가고싶을만큼 로어와 친해졌다. 2편에서도 그 당당한 매력을 마음껏 누려보고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