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머무는 곳은 어디나 그러듯, 휠체어 역시 추억과 공상이 깃든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걸 조금도 고려하지 않아, 황량한 거리와 황폐한 풍경은 휠체어에 앉은 사람이 예전에 본 모습 그대로며, 사람도 예전 모습 그대로니, 울적한 나날을 판에 박힌 듯 오랫동안 보내다 보면 예전 모습을 수없이 떠올릴 수밖에 없다. 우리 자신이 시간에서 벗어날 때 바삐 움직이던 시계가 멈춘다고, 우리 자신이 꼼짝을 못하게 되었을 때 인류 전체가 꼼짝을 못한다고 여기는 것은, 우리자신이 위축되어 잔뜩 쪼그라든 기준으로 주변을 획일적으로 판단하는것은, 훨씬 커다란 기준으로 주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판단할 수 없게되는 것은 꼼짝을 못 하는 환자가 대체로 겪은 육체적 한계며, 속세를벗어난 사람이 대체로 겪은 정신적 한계다.- P507